6일 2백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남태평양 괌섬의 KAL 801편 여객기 추락 현장인 니미츠힐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미군의 삼엄한 경계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원 팻 국제공항을 떠난지 2시간여만에 추락 현장 근처에서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낀 구조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괌섬은 여느 때처럼 평온하고 후텁지근한 남태평양의 휴양지처럼 보였다.
미군은 추락지점이 군사작전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곳곳에서 보도진 등의 통행을 통제, 한달음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자꾸 지연시켰다.
여러차례의 실랑이 끝에 추락한 여객기가 누워있는 니미츠 힐의 언덕진 곳, 콤나브마르 항공등대에 올라가자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군 헬기의 굉음과 추락한 여객기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로 이곳이 '비극의 현장'임을 알 수 있었다.
여객기는 언덕과 언덕 사이의 갈대밭 골짜기, 니미츠 힐의 안온한 곳에 시커먼 잔해를 드러낸 채어느 교민의 말대로 '다 먹어치워 머리와 뼈만 남은 생선'처럼 길게 누워있었다.태극기와 태극 마크, HL7468이라는 표시가 선명한 꼬리날개만 조금 남아있어 이 여객기가 대한항공 소속임을 알게 해 줄 뿐 기체의 앞부분은 완전히 타버려 잿더미로 바뀌어 버렸다.추락한 지 반나절이 지나 생존자는 구조되고 사망자의 시신도 어느정도 거두어졌지만 아직도 잿더미가 된 동체와 꼬리 부분에서는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생존자는 물론 사망자의 시신도 찾기란 한눈에도 이미 늦은 것처럼 보였다.공항에서 만난 한 교민은 "산 사람 30여명과 죽은 사람 30여명 이외에 나머지 희생자는 형체를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는 말이 실감났다.
구조활동을 지휘했던 복구대책반 책임자인 미앤더슨 공군기지 소속 알버트 리글대령도 "이제는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육군과 해군도 헬기를 동원, 계속 기체 주변을 맴돌고 있었지만 구조활동은 물론 그 어떤 것을 찾는 것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추락 여객기가 누워있는 니미츠힐은 원 팻 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여객기는 7~8㎞ 앞쪽의 마을과 마지막 행선지였던 원 팻 국제공항, 그리고 아가냐만을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구조활동을 벌였던 한 미군 병사는 "민가에 추락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능선에 여객기가 처음으로 부딪힌 흔적과 그 충격으로 인해 약간의 잔해가 남아있는 점,능선에서부터 추락지점까지 1㎞ 가량 여객기가 미끄러지면서 흙이 팬 자국 등이 뚜렷이 보이는점 등으로 미뤄 사고 여객기는 어떤 이유에선지 마지막 능선을 넘지 못하고 능선에 부딪혀 흔들리면서 미끄러져 내리다 화재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추측했다.
시퍼런 하늘과 바다, 그리고 괌의 수도 아가냐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릉지대의 언덕에 2백여명의 목숨이 안타깝게 사라진 비극의 현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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