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사망자 모두 소박한 이웃들

"하늘도 무심하시지..."

2대와 3대에 걸친 독자로 내집을 마련한후 난생 처음 해외 나들이를 나갔던 일가족, 일에 바빠미루고 있던 효도관광을 함께 나간 일가족, 두살난 아들과 함께 삼촌의 병문안을 왔다 남편이 있는 괌 상공에서 생을 마감한 주부, 홀어머니를 위해 월급을 꼬박꼬박 부쳐오던 여승무원….추락 사고로 이국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만 대구 출신 사망자는 모두 성실한 삶을 꾸려온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었다. 부인과 아들등 일가족 3명이 여행을 떠났다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이병학씨(35). 자신은 2대, 아들 이신군(4)은 3대 독자로 첫 해외 여행을 회사일 때문에 2차례나 연기했다 이같은 변을 당했다. (주)새한의 생산과 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달말 출발 예정이었으나 회사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단체 휴가에 들어가자 당직을 자처, 일정을 미뤘다는것.

자신은 지난달에야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으나 조용한 곳에 살고 싶다는 부모님을 위해 2년전 칠곡에 아파트를 장만해드릴 정도로 소문난 효자. 이씨는 결국 노부모의 절규를 뒤로한채 먼저 생을 마감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

일가족 5명이 사고를 당한 한창희씨(38.의사) 가족은 일흔두살의 홀어머니를 모시고 효도 관광을나섰다가 돌아올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어머니는 물론 나이가 찬 동생 봉희씨(34)까지 한 아파트에 살 정도로 가족애가 뜨거웠다 한다.

또 인생의 참맛을 느껴보지도 못한 아들(2)과 함께 미국인 남편이 있는 괌 상공에서 생을 마감한김정옥씨(27)는 삼촌 병문안을 왔다 돌아가는 길. 대한항공 여승무원인 손미라씨(23)는 홀어머니와 동생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대던 효녀 가장.

하나같이 이웃과 가족-친지를 사랑하던 '맑은' 사람들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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