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AL기 추락참사-이모저모

○…"어젯밤 전화에서 오이김치 먹다 이가 빠졌다면서 새 이가 나올 거라고 좋아했는데…"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KAL)기에 딸 티파니 강양(8)과 여동생 일가 등 11명이탑승한 것을 확인한 박미경씨(43.미국명 켈리 강.미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거주)는 생존자 명단에서 이들중 단 한사람의 이름도 발견하지 못하고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76년부터 10년간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다 87년 미국으로 이민, 라크레센터에서 미술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미경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의 이모 집에 놀러간 딸 티파니양과 함께여동생 미진씨(34.성남시 분당구).이동훈씨(38. 만화영화회사 근무) 부부, 이들의 6세, 3세된 남매,시부모와 시누이 일가족 4명 등 모두 11명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자 넋을 잃었다.더구나 미경씨의 큰동생 미나씨(41)는 지난 83년 신혼 4개월만에 소련의 KAL기격추로 남편인 윤양로씨(당시 대한항공 승무원)를 잃고 언니, 조카와 함께 살아온터라 이번 사고로 과거의 악몽까지 겹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미나씨는 미국에서 공부중 KAL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언니의 입사동기인 남편을 소개받아 83년 5월9일에 결혼식을 올렸으나 결혼한지 4개월도 채 안 된 그해 9월1일 KAL기 격추사건으로남편을 잃어버리는 비극을 맞이했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 미술공부를 하다 언니 미경씨와 동생미진씨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주, 미경씨와 함께 살아왔다.

박씨 자매는 "우리 가족이 대한항공과 무슨 악연이 있어 두번씩이나 이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해야 하느냐"며 울부짖었다.

○…6일 괌에서 추락한 KAL기에는 공교롭게도 대한항공 괌지점장 박완순씨(44)의 가족 3명이 탑승, 이중 부인 김덕실씨와 아들 수진군이 숨지고 딸 주희양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박지점장은 지난 4일 하룻동안 귀국, 가족들의 이사준비 상황을 챙긴뒤 다시 괌으로 떠났으며 곧합류할 가족을 맞을 예정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박지점장이 가족들의 참변에도 불구, 현장에서 사고수습에 몰두하고 있다고전했다.

○…6일 새벽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에 효도여행을 떠났던 3대(삼대)일가족 8명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양천구 목3동에 사는 이경한씨(32.회사원).

외아들인 이씨는 평생 해외 여행 한번 못한 노부모를 모시고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5일 오후 8시20분발 괌행 대한항공 801편에 몸을 실었다.

이씨의 부모 이성철(68).송병원씨(62) 부부를 비롯해 처 박소현씨(28),외동딸 주희양(3),누나 혜경씨(35),그리고 어린 조카 둘 등 모두 8명.

그러나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트랩을 오를 때 그토록 부풀었던 해외여행의 꿈은 낯선 땅을 밟아보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의원은 당초 아시아나 비행기를 이용, 괌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귀국편 좌석이 확보되지 않아 대한항공으로 변경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

아시아나항공 광주지사에 따르면 신의원은 최근 서울발 괌행 출국및 사이판발서울행 항공권 구입을 요구, 출국 탑승권은 예약됐으나 귀국편이 예약자가 넘쳐 탑승권 확보가 어렵게 되자 며칠뒤대한항공편으로 출국했다는 것.

○…40대 부부가 괌 여행차 사고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공항에 나갔다가 여권 만료로 여행을포기해 화를 모면.

모여행사에 따르면 이 부부는 3박4일간의 괌 여행을 위해 사고 비행기의 비행시간에 맞춰 공항에나갔으나 남편의 여권 만료일이 이달까지로, 괌 여행에 필요한 잔여 유효기간 3개월에 못 미쳐결국 여행을 포기.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와 케이블 TV 보도채널 YTN은 6일 새벽 KAL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모두 긴급 재해방송체제를 구축, 새벽부터 사고소식을 전하기 시작.이번 사고의 국내 속보경쟁에서는 전체적으로는 YTN이, 공중파 방송중에서는 KBS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

YTN은 이날 새벽 2시23분 자막으로 사고소식을 전했으며 2시30분에 스트레이트뉴스를 방송했고KBS는 라디오가 3시39분에, TV가 4시17분에 사고소식을 전하는 기민함을 과시.

○…추락 KAL기 희생자 유가족 3백여명은 6일 오후 6시50분부터 40여분동안 대책본부가 설치된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교육훈련센터앞 공항로 왕복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외무부 직원이 대책본부에 와서 여권발급을 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공항로 인공폭포에서 새마을운동본부 1.5㎞구간이 막히는 바람에 퇴근길 시민들이 큰불편을 겪었다.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로 엄청난 인원이 숨졌는데도 외무부 당국이 외무부로 직접 찾아와 여권을발급받으라고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외무부가 협조, 대책본부에서 여권을 발급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6일 괌 아가냐 공항 근처 밀림지대에 추락한 대한항공 KE801 여객기는 한달전에 실시된 두차례의 검사에서 모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교통부는 사고 항공기가 사고발생 25일 전인 지난 7월12일 'A'검사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A'검사는 이착륙 또는 비행중 이상이 발생하기 쉬운 분야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검사로 매 3백50비행시간마다 받도록 돼 있다.

사고기는 또 'A'검사를 받기 며칠전인 7월4일부터 7일까지 정부 위촉검사원으로부터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정밀점검하는 감항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다.감항검사는 연 1회 받도록 돼 있다.

○…탑승객들중에 일가족이 유난히 많아 안타까움을 더해줬다.

대한항공 탑승객 명부의 주소를 대조한 결과, 국민회의 신기하의원 부부, 노무라증권 한국지사 박정실차장(41.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일가족 4명 등 부부나 자녀를 대동한 일가족 여행객이 80명이더 돼 보였다.

또 주소와 여행목적을 동일하게 기재, 신혼여행객으로 보이는 김진화씨(32.회사원)와 권진혜씨(24.여.주부) 등 청춘남녀 여행객이 서너쌍이나 더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는 신혼여행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된 셈이다.

이와 함께 박차장 부부는 박차장이 지난해말 회사에서 사원 인기투표에서 1등으로 뽑혀 받은 3박4일짜리 괌여행 티켓으로 두 딸과 함께 관광을 떠나다 변을 당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또 사고 비행기에 KBS 홍성현 보도국장(51)과 홍국장의 부인 이재남씨(45)와 영실(17), 화경(15)자매, 막내 은기군(11) 등 일가족 5명이 포함돼 있으나 이들 가족의 생사여부도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탑승객 변여미(28.삼성출판사직원).선미씨(20.중앙대 재학) 자매는 최근 부친상을 치른 뒤 슬픔에잠겨있던 어머니 조도자씨(55)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괌여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아직까지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고기에 외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부부 등 일가족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된 임보경씨(27.여)의 가족들은 "보경이가 남편 이철수씨와 외아들 승효군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괌에 사는 언니를 만나러 가다 사고를 당했다"며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와함께 이름 때문에 탤런트로 오인됐던 이정재씨와 박소현씨는 각각 55세와 28세의 주부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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