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속의 과학-마이크로 코스모스

"미시세계의 생명력"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한편의 비디오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마이크로코스모스]가 그것이다.

이슬 한방울에도 폭탄을 맞은 듯 힘없이 내동댕이 쳐지는 곤충들의 일상. 소근대며 피고 지는 꽃잎들의 속삭임. 개미군단의 힘찬 발자국 소리.

미시세계의 생명력을 한껏 드러낸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개미와 벌들이 우글거리는 곤충들의 세계 한 가운데 우리를 앉혀 놓는다.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과는 달리 친절한 해설이 없는 것은 관객을 객관적인 관찰자로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다. 관객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카메라가 이끄는 작고 재미있는 곤충들의 세계를염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수년간에 걸쳐 세심하게 촬영된 장면들 하나하나에 미시세계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한껏 배어나게 하는 영화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날아가는 노랑나비에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또 흙더미 위에서 우글거리는 개미떼를 보기만 하면 습관적으로 짓밟아 버리는 어른들에게 이 영화는 더없이 훌륭한 다큐멘터리 지침서다.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곤충들의 생태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관객들이 1시간20분간펼쳐지는 곤충들의 말없는 사생활에 쉽게 지루해 할수 있다는 점이다. 곤충에게는 일생과도 같은하루 동안 벌어지는 그들의 다사다난이 다소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이영화의 흠이다.그래서 관객은 카메라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연출자의 의도와 영화의 일관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는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미시세계는 종종 우리에게 평소에는 못보고 지나쳤던 삶의 또다른 진실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미시세계에 대한 신비감과 경이로움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일상의 작은 깨달음을 이끌어 내게 한다. 그것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생활의 모습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곤충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할 것이며 박테리아가 보는 세상도 우리가 느끼는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는 그동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정적(靜寂) 이라고 부르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명활동을 지속하는 작은 생명들의 우렁찬 울부짖음이 우리의 고막을 울리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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