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항중 기체 벼락 맞은듯 요동

6일 새벽 남태평양 괌섬에 추락한 KAL 801편은 추락 직전 탑승자들을 위해 어떤 경고방송도 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추락, 2백20여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다음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추락 당시의 순간.

당초 예정시간보다 15분 지연된 5일 오후 8시20분(한국시간)께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한 여객기(기장 박용철.44)는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목적지인 괌 아가냐국제공항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30여분 지나 승무원들이 탑승자에게 음료수를 제공할 때쯤 갑자기 기체가 벼락을 맞은듯 두차례 심하게 요동쳤고 이 때문에 물컵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탑승자들은 잠시 불안에 떨었으나 곧 순조로운 운항이 계속됐고 음료수 제공도 재개됐다.따라서 일부 생존자들은 이때 기체에 결함이 생겨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4시간여의 비행 끝에 6일 오전 0시50분이 지나 여객기는 목적지에 근접했다.

아가냐 국제공항을 바로 앞에 두고 여객기는 공중을 7차례 선회한 뒤 서서히 하강했다."곧 착륙할 예정이니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기내방송이 있은 조금 뒤 갑자기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랜딩기어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고 여객기가 추락 직전 아가냐공항을 7㎞ 가량 앞에 둔 니미츠힐의 산등성이에 첫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착륙이 생각보다 이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체는 공중으로 한차례 튕겨올라 4백여m를 날아간 뒤다시 땅바닥에 처박혀 미끄러져 내렸다.

승객들은 차창 밖으로 나뭇가지가 꺾이면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자 일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꽈꽝'하는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체는 4백~5백m를 미끄러지면서동체는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고 승객들 대부분은 몸을 바닥으로 바짝 낮춘 뒤 정신을잃었다.

추락을 알리는 경고방송을 할 시간도 없이 모든 것이 몇 초 사이의 눈깜짝하는 순간에 일어났다.이어 기체에 불이 나 기내는 아수라장으로 바뀌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뒤이어 미 육군과 해군 구조대가 도착, 구조활동을 벌이기 전까지 생존자들은 암흑 속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연옥에 떨어진 듯한 공포감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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