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순 출마 "득이냐…실이냐" 계산분주

▨신한국

조순(趙淳)서울시장의 대선출마 방침에 신한국당도 비상이 걸린 것은 표 분산을 우려하는 야권과마찬가지다. 당초 김대중(金大中) 국민회의총재에게 타격을 입혀 대선전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던 전망이 순진했음이 서서히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우선 조시장의 지지율이 상상을 넘는 수준으로 나타난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지지율면에서 2위도 아닌 3위로 밀려나는 결과에 대해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한국당의 정세분석팀은 조시장의 대선출마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지지표를잠식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대표 지지층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여권 기반인 강원도 표의 상당부분과 서울 등 수도권의 반DJ성향의 지식인 그룹도조시장쪽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이대표 아들 병역문제로 인해 이탈되고 있는 20~30대 유권자층을 고스란히 조시장이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대표측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조시장의 출마가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와 박찬종(朴燦鍾)고문의 출마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사까지 나서 여권을 갈라 놓을 경우, 고정표의 응집력이 강한 김대중총재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부산쪽표를 이탈시킬 수 있는 박고문의 출마도 이대표로서는 상정하기 싫은 경우다. 때문에 신한국당일각에서는 조시장이나 이지사보다 오히려 득표에서 더 쳐질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이야기되고 있다.

다만 이대표측은 아들의 병역문제가 수그러들고 조시장의 거품이 사라질 때면 여권의 고정표와반DJ표를 합해 무난히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적어도 이회창, 김대중, 김종필, 조순 등 4자구도에서 2위 안에 들 경우 막판 승리를 이끌어낼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그러나 이대표측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비주류진영에서는 이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할 근거가 별로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이대표측에 비협조적인 것도 이같은 변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조순서울시장의 대선후보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이 손익계산과 대책마련 등으로 분주하다. 양당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분위기지만 야권후보단일화의 효과를 삭감시킬뿐 아니라 3김정치 청산 여론까지 몰고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역풍에 대응, 후보단일화 협상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12일 오전 간부간담회를 열고 조시장출마 이후의 대선정국 구도와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대선후보 중 고정표가 가장 많고 확실한 만큼 유리할 수도 있으나 조시장 출마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장선거 당시 선대위원장 등을 맡았던 정대철부총재, 김민석의원 등은 이날 오후시청사를 방문, 출마포기를 요청했다. 측근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잘못 진언한 결과로 오히려 조시장의 미래에도 큰 해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김대중총재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되면 부동층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텐데…"라며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시장이 야권의 제 3후보로 등장함에 따라 단일화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말이다. 게다가 그를 추대한 장본인은 3김정치 청산을 외쳐온 민주당의 이기택전총재다. 경제전문가란 점 역시 자신의'경제대통령론'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물론 득표면에선 김총재까지도"조시장 지지표중 44%%가 이회창대표, 33%%는 나에게서 가져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불리하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자민련은 조시장 출마로 다수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되더라도 그와는 지지기반이 별로 겹치지않는 만큼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신한국당의 경선 낙선주자들에게 탈당 분위기로이어질 경우 보수대연합 구도를 꿈꿔볼 수도 있다. 게다가 국민회의의 지지기반 약화를 초래,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마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일화협상 시한을 앞당기는 쪽으로 당내 의견을 모은 이면에는 이같은 인식도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다.〈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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