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옐친 우주비행사 폄하 구설수

돌발적인 언동으로 자주 언론에 화제거리로 등장하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는 사고로 정상가동되지 않고 있는 우주정거장 미르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의 자질이 형편없다고 폄하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미르와 프라톤 로케트를 제작했던 크루니체프 우주센터를 방문한 옐친 대통령은 "미르호에서 사고가 난 것은 기계적인 결함 때문이 아니라, 승무원들 탓이었다"면서 "이 승무원들만 교체해버리면 만사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해 관계자들을 어쩔줄 모르게 만들었다.

물론 이 발언은 최근 서방측으로부터 의심받고 있는 러시아의 우주과학기술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르를 제작한 기술진들을 격려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계에서 사고가 난 우주선에 탑승한 채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국의 우주비행사를 위로하기는 커녕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있을수 없는 태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력 일간지 시보드냐지는 11일 칼럼에서 "미르호의 승무원들이 지상의 텔레비전 방송을 청취할수 없기에 망정이지대통령의 발언을 들었다면, 지상으로 귀환하고 싶은 마음이 달아났을 것"이라고 논평하면서 "어떤 국가원수라도 자기나라 병사를 모독하지는 않는다"고 지적, 옐친 대통령의자질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당황한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 우주항공산업 지원을 위해 서방으로부터 1억달러(900억원)의 긴급차관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는등 사태진화에 나섰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5월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지도자들과의 기본협정 조인식에서 기분이 좋아지자 갑자기 '나토 겨냥 핵무기 철거'선언을 해 전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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