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는 정부의 해외 구난체계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 2백여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사고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물론정부도 초동단계의 대응이 미흡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더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이번 사고처리의 혼선은 근본적으로 해외에서 이같은 대형 사고를 처리해 본 경험이 거의 없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체계적인 해외구난책이 있었다면 사고처리가 보다 신속하고 차분하게 이뤄질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새벽 이번 사고가 터지자 바로 대책회의를 열어 건설교통부에 중앙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같은 날 오전 8시 특별기편으로 건교부 7명, 외무부 3명, 복지부 2명, 국회 1명 등총 13명으로 구성된 사고조사반을 현지에 파견했다.
조사반은 사고발생 사실 외에 사상자 규모 등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일단 출발부터 했다.
그러고 나서는 현지에서 인력이 부족해 초기 사고수습에 극심한 혼란과 애로를 겪어야 했다.건교부 조사반은 인력이 없어 미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구성한 합동조사반 9개팀 중 일부 팀에 우리측 요원을 참여시키지 조차 못했으며 괌영사관은 직원이 영사를 포함, 모두 3명에 불과해이번 사고 처리에 필요한 외교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현지 교민들은 물론 기껏 현장에 도착한 조사반들조차 초기에 괌 당국과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생존자 구출 작업에 참여하기는 고사하고 현장 접근과 생존자 면회조차 못했다.우리 정부는 사고처리는 사고 발생국이 맡는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의 속지주의 원칙만 되풀이 했으며 괌정부에 의해 유족의 현장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유족의 현장 방문은 이환균 건교부장관이 사고발생 3일만인 지난 8일 정부대표로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겨우 실현됐다.
물론 사고처리는 국제법상 미정부의 소관사항이지만 양국 협의에 따라서는 충분히 공조가 가능한것이다.
정부는 영사급으로는 사고 수습에 필요한 외교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뒤늦게 인식, 사고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12일에야 대사급의 정부대표단 5명을 부랴부랴 추가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 후발 대표단의 임무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고처리가 일단락된 마당에 현지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 있어서인지, '책임있는 당국자의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유족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정부는 항공기추락, 도시가스폭발, 여객선침몰, 다리 및 건물 붕괴 등 수차례나 대형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난체계 하나 없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재난관리법을 제정해 큰 사고가 터지면 이 법에 따라 단계에 맞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에 한한 것으로 해외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는 이 법을 가지고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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