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8·15와 '마일드 세븐'

광복 52돌을 맞은 한국담배인삼공사 경북지역본부 직원들에게는 휴일이 없다.

외산담배, 그중에서도 일본담배인 마일드세븐의 판매억제를 위한 이색적인 특근 때문이다. 매일담배 소매점을 찾아다니며 눈도장을 찍는게 특근의 주업무다. 업주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봐서라도 국산담배 판매에 더 신경을 써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 부지런히 찾아다닌다.경북북부지역은 전국 황색종 잎담배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산지. 그러나 외산담배의소비는 갈수록 늘어 이를 무색하게 한다. 90년대 초반까지만도 지역에서의 외산담배 소비는 미미했으나 최근들어 시장점유율이 4.2%%까지 치솟았다. 그중에서도 주종이 일본산 담배다.초기 외산담배의 소비는 유흥업소주변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연령과 계층에 관계없이 광범하게 확산되고있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초반의 외산담배 선호도는 폭발적이라는게 담배유통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외산담배 특히 일본산 담배를 찾는 이유는 '맛이좋고 멋있게 보인다'는것이라고 한다. 유통관계자들은 이런 불분명한 근거에 차라리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중년세대들은 이를, 젊은세대들의 맹목적인 일본추종의 한 단면이라며 허탈해한다.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다. 이 지역에서만 외산담배의 연간 소비량은 액수로 60억원어치가 넘는다.이런 추세라면 멀잖아 우리 잎담배농가의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눈도장을 찍느라 특근중인 공사직원들은 WTO체제후 외산담배 판매소비를 강제로 억제할 방법이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 '나라사랑하는 마음'에 호소하는 길밖에 없지만 외산담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쉽사리 먹혀들지 않는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국채보상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돌아온 광복절. 이 광복절에 특근을 하는 공사직원들은 이런 우려를 한다. "외국 담배연기속에 광복절의 의미는 물론 우리 농민들의 땀과 희망까지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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