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씨의 대통령출마선언이 이회창씨는 물론 두 김씨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설이신문지면을 꽉 메우고 있다. 조씨의 출마를 만류하기 위하여 모처럼 여야가 손을 잡았다고 호들갑을 떨며 다섯번째, 여섯번째의 출마선언이 신한국당 경선 패배자들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한국의 정치를 인물이나 지역 또는 세대의 문제로 부각시켜 온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언론에게있다. 출마자들의 신상명세서를 시시콜콜히 파헤쳐 국가정치의 문제를 후보개인의 특성으로 환원시키는 관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신문재벌도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그 특정후보를 의도적으로 치켜세우는 치밀한 편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도있다. 물론 한 나라의 지도자의 인물됨됨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그 인물됨됨이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정치세력과 노선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지금 거명되는 세 명의 후보는 어떤 세력과 정치노선의 상징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이회창씨는 신한국당의 공식후보이지만 주로 5·6공세력이 지지기반인 것으로 보이며 상당수의재벌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군부독재와 연관된 재벌과 보수정치세력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치분파라고 볼 수 있다.
김종필씨는 보수의 원조를 자처하는 5·16쿠데타세력으로서 충청도에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는 친재벌적인 보수정치분파라고 볼 수 있다. 김대중씨는 군부독재에 의해 탄압 받고 투쟁한 사람이지만 보수정치분파인 김종필씨와 손을 잡고 보수화할 뿐만 아니라 특정지역의 확고한 기반을 가진지역정치와 결합된 보수정치분파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순씨는 보수세력이면서 일부 자유주의 개혁세력이 복합되어 있는 민주당과 통추위를 기반으로하면서 정서적으로는 반DJ, 친YS 성향을 지닌 보수정치분파의 일종으로 보인다. 결국 이들의 공통적 기반은 친재벌(자본)적인 보수정치세력이며 전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상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보수정치세력의 권력다툼으로는 진정하게 21세기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군부독재를 극복한다는 이른바 개혁세력의 참담한 족벌·부패정치 앞에서 국민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해 자조하고 있다. 보수 정치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해 온갖 권력분점의 계획과 합종연횡이전개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한국사회를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건져내지는 못한다. 우리는 희망의 대안세력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그 존재와 역사적 떠오름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민중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치세력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럽의 선진사회는 진보정치세력이 집권하고 있고 백여년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그들이 정치의 주인임을 깨닫고 진보정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군사독재정권과 독점재벌은 항상 노동자·민중을 자본축적과 정권유지의수단으로, 그리고 탄압의 대상으로 삼아왔으며 생산의 주체, 역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순 속에서도 성장한 한국의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민중의 힘도 키워놓았다.특히 지난해 말 노동악법개정을 위한 총파업투쟁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주체로 우뚝 솟았음을입증해 주었다.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활짝 밀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21세기는 진정한 민주와 진보를 위한 인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역사를 진보의 승리의 역사로 만드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보수정치, 재벌정치, 지역정치 그리고 인물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는 진보의 정치, 노동자·민중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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