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순 대선행로 "첩첩산중"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조순(趙淳)서울시장의 대선등정 행로에는 곳곳에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조시장이 건너 뛰어야 할 최우선 난관은 대선후보로서의 검증작업이다. 21세기를 여는 대통령감으로 과연 흠집이 없느냐는 것이다.

물론 95년 서울시장선거 과정에서 1차 검증작업을 거쳤지만 대통령후보로서의 검증작업은 훨씬혹독하고 끈질기게 진행되며, 시장선거에서 나왔던 의혹이나 설들이 현미경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무총리까지 지낸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아들 병역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있는 점에 비춰볼때 충분히 짐작이 간다.

따라서 학창시절 좌익서클 가담시비, 유신말기 청와대 경호실장 주최 국기하강식 참여문제등 과거행적과 관련된 문제들이 앞으로 집중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회의 티켓으로 나서 '제1야당'의 보호막이 있었으나 김대중(金大中)총재와겨루는 마당에 국민회의측에서 조시장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경우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조시장이 서울시민과의 약속을 깨고 임기중에 대선출마를 시도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같다. 또 지난 2년간 조시장의 '행정 성적표'에 대해 '도대체 제대로 한 것이 무엇이냐'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조직과 자금이 빈약하다고 간주되는 조시장은 득표전략면에서 보더라도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적지않다. 조시장의 주요 표밭인 '반신한국당-비DJ' 성향의 제3세력이 선거에 임박해서까지 그의주요 지지기반으로 남게될지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선거 막바지에 가면 결국 2파전으로 좁혀지는 우리의 선거 풍토상 조시장이 유력한후보로 부상하지 못할 경우 그의 지지표가 대거 타후보쪽으로 이동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14대 대선때 정주영(鄭周永)후보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조시장 출마에 자극을 받은 이인제(李仁濟)지사 등 다른 후보가 등장했을 경우 그의 지지기반이 급격하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지사는 그의 캐치프레이즈인 세대교체가 갖고 있는 '폭발력'을 감안하면 조시장의 지지기반인 제3세력의 분산을 빠르게 몰고올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정가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조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이 현실 정치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도의문이다. 조시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많이 쓰고 조직을 대거 동원하는 방식을 택하지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관위 등에서 추산한 최소 경비만도 4백억~5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의 약속이 지켜질 수있을지, 그리고 최소한의 선거운동 비용을 그가 어떻게 조달해 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현실정치에 어두운 학자들이나 전문 인텔리를 주축으로 하는 조시장 측근들의 자생력도 두고봐야할 과제다. 이론에 밝은 이들이 그동안 논리적인 대선구상을 정리해왔지만 변화무쌍한 현실 정치판에서도 견뎌나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대권도전 선언으로 하한기 정치권을 뒤흔든 조시장이 소수당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웅지의 날개를펼수 있을지, 아니면 어느 난관에 빠져 날개를 접을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