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신교통(13)

"경전철·PRT 대구도입(상)"

신교통수단 도입을 재촉하고 있는 대구시의 논리는 재정부담으로 지하철 3호선부터는 착공여부가불투명한 상황이라는데서 출발한다. 여기에 칠곡, 범물 등 신도시지역과 역, 공항 등 주요 교통수요 발생지점의 혼잡을 무작정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이 무게를 싣고 있다. 시는 현재 칠곡~원대오거리~대구역 노선에 신교통수단을 우선도입키로 하고 그에 따른 시스템 분석 및 재원조달방안을 연구중이다. 이 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연말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신교통수단은 기존 지하철에 비해서 건설, 유지비용이 싸다는 것이지 그 규모면에서는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엄청난 사업임에 틀림없다.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점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日 지바 11년만에 착공

대구 신교통수단 도입은 지난2월 대구시가 대구·경북개발연구원에 타당성 조사용역을 의뢰하면서 본격화됐다. 연구원은 그동안 교통수요조사 및 노선검토, 시스템분석, 외국사례조사 등의 작업을 추진, 지난11일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9월에는 경전철, 모노레일, PRT 등 각 시스템 비교분석과 노선타당성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갖는다. 대구시는 이를 바탕으로 연내 노선 및 시스템 확정,사업자선정 등을 거쳐 내년에는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대구시가 신교통수단 도입계획을 확정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신교통수단을 먼저 도입해 운행하고 있는 선진국 사례와 그들의 사고방식에 비춘다면 '엄청난속도'다. 물론 고속철도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도 그저 몇번의 조사, 보고회, 공청회 등 요식행위를거쳐 단기간에 결정하는 우리네 사업방식에 비춘다면 그다지 짧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급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대구시 조사단이 PRT시스템을 개발중인 미국 레이션사를 방문했을 때 영업담당 부사장은 "도시교통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는 대규모 사업을 어쩌면 그렇게 빨리 결정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레이션사와 파트너가 된다면 노선결정에서부터 시스템 개발까지 모든 과정에 함께 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업방식은 우리가 보면 답답할 정도다. 지바 모노레일의 경우 71년 도입할 교통수단에 타당성 조사를 벌인지 5년만에 모노레일 시스템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다. 사업화가 결정되기에 또다시 1년. 다시 1년반의 검토를 거쳐서야 노선과 현수식 모노레일 시스템이 최종 결정됐다. 공사에 들어간 것은 무려 11년만인 82년이었다. 지바 뿐만 아니라 일본내 대부분 도시에서 운행중인 신교통수단에 대한 연구는 그만한 준비가 선행됐다.

대구의 경우 결국 맞닥뜨리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난과 신중한 계획수립 두가지가운데 어느쪽을 선택할 것이냐이다. 눈앞에 벌어지는 시민불편을 외면한채 공허한 계획수립에만매달릴 수는 없다는게 대구시의 답변이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신중함이 기해질지는 지켜봐야할 노릇이다. 아울러 얼마 남지 않은 민선시장의 임기내에 계획을 구체화하려 한다는 의혹어린시선도 대구시가 풀어야 할 또다른 숙제거리다.

▨어느 노선에 어떤 시스템

지난11일 열린 신교통 타당성조사 중간보고회에서 제안된 노선은 크게 4가지. 칠곡3단지~원대오거리~대구역간 13.5㎞구간과 범물동~범어네거리~동대구역간 8.7㎞구간 경우 향후 1일 교통량이 20만~30만명으로 예측돼 신교통도입이 시급하다는 것. 또 동대구역~대구공항~물류단지~대구역간14.2㎞구간과 도심순환선 10.7㎞구간에도 신교통수단이 유망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 가운데 칠곡선과 범물선의 경우 고무바퀴식이나 선형모터식 경전철이, 물류단지선과 도심순환선은 개인형 고속교통수단인 PRT 도입이 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검토단계이긴 하지만 대경연이 제시한 4개 노선과 각 시스템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각 노선을 어디까지 연결할 것이냐이다. 칠곡, 범물지역의 경우 시내 어디까지 연결하느냐에 따라 건설비, 유지비가 크게 달라진다. 칠곡선의 경우 그동안 만평네거리, 팔달시장, 원대오거리, 대구역 등 여러 지점이 제시돼왔다. 대구역까지 연결하자는 대경연의 제안은 칠곡주민 외에 철도승객과 지하철 1호선 승객의 환승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구간은 현재 좌석버스 397번이 운행중이나 요금수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물선의 경우 대경연의 예측만큼 많은 대중교통수요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승객수요에 가장 민감하다는 일부 시내버스 사업자들에게 범물지역과 동대구역을 연결하는 노선의 실효성에 대해 묻자 그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의문을 표시했다.

물류단지 연결선이나 도심순환선에 제안된 PRT 시스템에 대해서는"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무리"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PRT는 콜택시와 같은 3~4인승의 개인형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대규모 대중교통수단 구축이 시급한 현실에서 도입하기는 무리라는 것. PRT연구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도 몇몇 도시가 검토단계에 있을 뿐 실제 운행하는 곳은 아직 없다.

▨지하철 1호선의 교훈

시스템 선택은 대체로 교통수요, 경제성, 편리성, 재원조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가 이루어진다. 칠곡선의 경우 연내 노선과 시스템이 결정될 전망이지만 사후적인 문제로 기술이전 여부에대한 고민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시스템을 선택해 얼마만큼의 기술을 이전받느냐에따라 건설후 유지, 관리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개통을 목전에 둔 대구지하철 1호선 경우 기기를 납품받으면서 기술전수 종류와 전수방법 등에대해 불분명하게 계약을 체결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고장이 나면 독일 지멘스사의 기술자를 부르거나 엄청난 기술료를 내고 배워야 할 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히로시마 아스트람라인의 정비직원이 대구시 조사단에 던진"건설초기부터 자체 정비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염두에 두라"는 충고는 되새겨볼만하다.

아무리 급한 마음, 짧은 기간이라도 노선이든 시스템이든 '조그만 실수라도 결국 시민의 부담'이라는 인식아래 검토단계에서부터 치밀함이 요구된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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