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새재 생태계 탐사(4)

"육상곤충"

문경새재 생태계 조사팀은 조사때마다 입구와 관문 초소의 직원들에게 부담감을 갖게 된다. 문경새재 내에는 공원 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관리사무소 차량을 제외한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으나시간을 아껴야하는 조사팀으로서는 차량 이용 승낙을 얻기 위해 이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때문이다.

문경새재 길은 포장, 비포장도로가 섞여 있어 차량이 흙먼지를 일으켜 행인들에게 불편을 줄 수있는데다 도로가 파손되기도 쉬워 차량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팀은 차를 이용하면서 편치 않은 마음이 들어 특권(?)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문경새재안에서 차량을 이용하려면 먼저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얻은뒤 다시 1관문과 2관문 초소직원들에게도 확인을 받아야 해 절차가 제법 까다롭다. 그들은 차량 이용 허가사안이 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는등 직무에 철저했다. 그러나 대체로 마뜩찮은 눈길로 퉁명스럽게 물었으며위세를 부리는 듯한 느낌까지 안겨줘 개운찮았다. 좀 더 친절하다면 얼마나 좋을까.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산불 발생이나 자연훼손등의 불상사가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내내 걱정이 많다. 이러한 정부의 자연공원 관리방법은 통제위주의 시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비판자들은 자연공원 생태조사를 실시, 생태 견학시설을 만들어 이용 시민들이 자연내에서 놀고 쉬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게 하는 수준으로 자연공원 관리정책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정덕박사의 조사팀이 육상곤충중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노린재. 제2관문을 기점으로 주흘산방면으로 벌인 조사에서 노린재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이 곤충은 2~4㎝의 크기에 몸이 편평한 넓적 노린재, 긴 막대 모양의 실 노린재, 어깨가 뿔처럼 생긴 뿔 노린재등다양한 외양을 갖고 있다. 번데기 과정없이 알-애벌레-성충의 불완전 변태를 하며 식물 즙액을먹거나 다른 절지동물을 잡아 먹는다. 노린재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인 6월 하순 조사팀은 교미중인 노린재를 발견하기도 했다.

노린재가 적을 퇴치하기 위해 내뿜는 악취는 구린내지만 평상시 엷은 냄새는 향기로워 향수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 냄새는 성충동과 관계있는 호르몬인 페르몬이 유독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노린재중 푸토니뿔노린재, 꼬마뿔노린재, 에사끼뿔노린재의 암컷은 지극한 모성애를 보이기도 한다.

곤충채를 휘두르던 배박사가 나비와 나방을 함께 채집했다. 배박사는 사촌간이라 할수 있는 두곤충은 나비가 내려앉으면 날개를 접는데 비해 나방은 날개를 편 채 앉는 차이점이 있다 고 말한다.

무당벌레, 대벌레, 집게벌레, 거위벌레, 먼지벌레, 잎벌레, 병대벌레, 송장벌레, 딱정벌레, 바구미등다양한 곤충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이중 칠성무당벌레와 대벌레는 적의 위협에 대해 각각 자기과시형과 은폐형으로 대처하는 차이를 보여준다.

빨간 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의 딱지날개를 지닌 칠성무당벌레는 그 화려한 색상으로 단번에 눈에띈다. 8㎜ 길이의 칠성무당벌레는 적이 다가오면 날개 색상이 강렬하게 빛을 발해 다가오는 적에게 무서움을 주게 된다. 더구나 몸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노란 액체를 분비해 자신을 보호한다.

이에 반해 대벌레는 철저히 자신을 숨긴다. 전체적인 모양이 대나무의 마디와 비슷하다 하여 이름지어진 이 벌레는 나뭇가지와 비슷해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적이 다가오면 죽은 듯 꿈쩍 않는다. 1개씩 낳는 알도 식물의 씨앗처럼 생겨 다른 곤충들이 먹이가 아니라고 여기게끔 한다. 몸 길이가 수컷은 65~75㎜, 암컷은 80~1백㎜로 머리는 작고 다리는 길다.

거위벌레는 거위처럼 긴 목에 주둥이가 튀어나온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암컷은 애벌레를 보호하기 위해 잎을 말아 집을 짓는다.

송장벌레, 좋지 않은 이름 그대로 시체를 먹고 사는 곤충. 이들은 먹이를 노리는 적극적인 행동은하지 못하고 자연사하거나 싸움끝에 죽은 다른 곤충의 시체를 먹어치운다. 다른 적들의 눈치를보면서 다소 비굴하게 사는 듯하나 이들에게는 환경정화(?)가 고유의 역할인 셈이다.바구미도 대벌레를 능가하는 겁쟁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식물에 앉아있다가 더듬이나 발을줄여서 땅으로 떨어진뒤 죽은 체한다. 투쟁해서 살아가기보다는 위장술로 생명을 보존하는 곤충이다.

1개 과(科)로 최대인 5만여종이 지구상에 살고 있다. 노린재 유충이 진딧물을 잡아먹어 인간에 유익한 곤충으로 꼽히는데 비해 일부 바구미종류는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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