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두방천길 개통 무기연기 속사정

상동교-가창교 사이 용두방천 도로 '사건'은 우리 행정이 얼마나 눈멀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전형'이다. 당국은 엄청난 돈을 투입해 공사를 거의 마쳐놓고도 몇개 부지를 사들이지 못했다며 몇달씩이나 이 길을 묵혀오기도 했었다. 그랬다면 오히려 갖가지 문제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긴 셈이기도 할 터. 그러나 이번에 더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몇년을 눈감고 지냈다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이다.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주민들은 마을앞에 새로 놓인 도로를 보면 분을 삭일 수가 없다. 지긋지긋한 가창교 정체를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동교-가창교간 용두방천길이 오히려 마을을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오지'로 만들었기 때문.

문제는 수성구청이 상동교~가창교간을 연결하는 길이 3.8㎞, 폭 12m의 2차선 방천 도로의 남쪽진입로로 용계아파트 유일한 통행로를 이용토록 함으로써 발단됐다. 가창쪽으로 달려운 차량들은아파트 통행로를 따라 들어가다 U턴한 뒤 방천길로 들어서라는 것.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길이20m 폭 3m의 아파트 진입로를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방천도로 진입용 일방통행로로 만든 것이다. 이때문에 90세대의 용계 아파트 주민들과 뒤편 주택가 2백여 주민들에겐 졸지에 마을 진출로를 없어져 버렸다. 나아가 인도가 없어 보행조차 어렵게 됐다.

아파트 주민 김모씨(65)는 "개통일인 20일 오전에야 진입로에 붙은 도로 표지판을 보고 아파트길이 일방 통행로로 변한 것을 알았다"고 흥분했다.

도로 공사를 맡은 수성구청측이 주민들과 사전 협의는 물론 현장 실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채지적도상의 도면만을 보고 설계한 뒤 공사를 강행한 탓. 결국 21일 0시로 예정됐던 용두방천도로개통은 무기 연기됐다. 대체 도로 건설을 빼고는 대안이 없어 개통은 빨라야 2~3개월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천도로는 파동길의 극심한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39억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 작년 6월에착공됐었다. 그러면서 당초 지난 5월 개통하려 했던 것이 부지 50여m분을 못 사 엄청난 투자를묵힌채 도로 전체가 몇달간 방치돼 오기도 했다. 〈본보 5월16일자 보도〉. 그러다 이번엔 몇몇구청공무원의 눈먼 행정 탓에 개통일조차 예측할수 없게 된 것이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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