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구리소년 살해' 해프닝

"남편폭력 무서워…"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1일 오후 6시 수성경찰서 형사계. 온몸이 시퍼렇게 멍든 40대 여인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민사 소송이 열리던 법정에서 느닷없이 자신이 개구리 소년 살해 공범이라고 주장, 한때 경찰과 피해 가족들을 잔뜩 긴장시켰던 이모씨(42.여.중구 동인동)였다."집안에 감금한채 무지막지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에게 맞아서 죽는 것보다는 재판정에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감옥에 가는 편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씨의 인생이 구렁텅이로 빠진 것은 10여년 전.

같은 직장에 근무하며 자신에게 남다른 친절을 보이던 김모씨(62)와 불륜 관계를 맺으면서부터.김씨가 사업 자금이 모자란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하자 자신과 남편이 알뜰히 모은 재산은 물론친척들로부터 3억여원의 돈을 빌려 넘겨주기까지 했다.

물론 김씨는 돈을 챙긴후 자취를 감췄다. 이후 이씨는 배신감과 빚독촉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을오간 것을 비롯 자살을 기도하다 결국에는 사기죄로 2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출소한 이씨에게는 교도소보다 더한 남편의 폭력이 기다리고 있었다.부인이 구속된 후 뒤늦게 아내의 불륜과 가산 탕진 사실을 알게된 남편 이모씨(44)가 폭력으로이씨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

이씨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조사를 받은뒤 친정 오빠와 함께 경찰서를 나섰다.가정을 파멸로 몰아넣은 한 가정주부의 탈선이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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