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대사 망명, 미국 공식발표 의미

북한 장승길 이집트대사 일행의 미국망명은 그의 지위와 망명 시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장대사가 북한의 주요 외교포스트인 이집트 주재대사였다는 점에서 그의 지위는 "지금까지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급 관리"라는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이집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인 스커드 미사일 제조를 위한 부품과 기술을 도입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지난 95년까지 한국과 국교를 갖지않은 채 북한하고만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해왔을만큼 북한과는 '특수관계'에 있는 국가.

이처럼 장대사가 북한의 미사일 수출 루트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데다 공교롭게도그의 망명시기가 제3차 북미미사일협상이 열리기 직전이어서 그 사안의 중대성을 더하고 있다.미국무부가 26일(현지시간)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부랴부랴 급조해서 장대사 망명을 발표하게된 것도 이번 사건이 바로 이튿날 개최될 북미미사일협상을 의식해 장대사 망명을 가능한 빠른시일에 마무리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브리핑에서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은 북미미사일협상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마자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망명이 미사일협상이나 9월중 재개될 예정인 4자회담 예비회담에 어떠한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나 "이번 망명 허용으로 북한의 지도력이나 군사문제,식량위기 등에 관한 미국의 관점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묻지도 않은대답을 한 것은 현재의 북미관계 전개과정에 별다른 영향을 바라지 않는 미정부의 의도가 충분히입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장대사 망명과 관련해 아직 남아있는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무엇보다 장대사 부부와 장승호 참사관의 자녀들도 이들과 동행했느냐의 여부다.

ABC방송은 26일 익명의 미국관리의 말을 인용해 장대사 형제의 가족들이 이들과 함께 이집트를떠났었다고 보도했으나 루빈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된 사람들의 안전」을 이유로 가족들의 동행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와관련해 워싱턴 현지 관측통들은 장대사 가족들이 함께 동행해서 미국에 입국했으나 1년전행방불명된 바 있는 장대사의 장남의 신병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있다.

또한 장대사 일행의 최종 망명희망지가 과연 미국인가 하는 점도 궁금한 대목이다.일단 지금은 장대사 일행이 미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해 미중앙정보국(CIA)의 지휘로 미국으로들어온 상태로 그들이 최종 망명지로 한국을 원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루빈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 "이 점에 대해 말하기는 시기상조다"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그러나 장대사 망명사건이란 '돌발사건'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한미양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감안하자면 한국정부는 무리해서까지 장대사 일행의 '서울행'을 성사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며,미정부도 이를 원치 않는 만큼 장대사 일행은 일단 미국땅에서 새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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