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러시아의 심장. 모든 러시아인의 어머니 같은 도시. 모스크바는 러시아인들의 꿈과 좌절과 영욕의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8백50년의 짧지 않은 세월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싱싱한도시이다.
오늘날, 전에 없는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에 시달리는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들은 항상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는 격언을 떠올리며 인내한다.
몽고족의 말발굽이 붉은 광장을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도시가 불길속에서잿더미가 되고 난 후에도, 2차 세계대전의 전란과 폐허속에서도 스탈린 시대의 숙청과 독재의 광풍 아래서도 모스크바는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눈물을 흘려도 결코 눈물을 믿지 않는 꿋꿋한 러시아 여인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시절의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Moscow does nto believein tears) 는 러시아 영화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영화중의 하나이다. 연말이나 축제 때마다 텔레비전은 연례행사처럼 이 영화를 방영하고 시청자들은 질리지도 않고 또 화면 앞에 모여 앉는다.그것은 이 영화가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도시 모스크바와 모스크비치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
1958년 모스크바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2차 대전의 폐허도 복구되고, 스탈린의 사망으로 숙청과 비밀경찰의 공포도 사라진 시절. 산업화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소련체제를 결국에는 종말로이끈 브레즈네프 시대의 침체는 아직 멀었던 시기였다.
일과 사랑을 찾아 시골에서 올라온 세 처녀 까쨔(베라 알렌토바 분), 류다(이리나 무라비요바 분),안토니나(라이사 리사도바 분)는 공장에서 일하며 기숙사에서 함께 사는 단짝 친구들.총명한 까쨔는 힘든 공장일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하는 독립심과 성취욕이 강한 억순이 이며, 류다는 남자를 잘 만나서 신분상승을 하겠다 는 엉뚱한 꿈을 안고 휴일마다 레닌 도서관에 나가서괜찮은 남자를 사귀려고 열심인 아가씨. 안토니나는 순박한 남자를 일찌감치 만나서 시골에 내려가 땅을 일구며 살아갈 꿈을 키우는 시골처녀로 등장한다.
대학교수인 까쨔의 친척네가 여행을 가면서 까쨔에게 집을 봐달라고 부탁해 까쨔와 류다는 난생처음 시내 중심가에 있는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고급 아파트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류다는 그동안 알게된 남자들을 아파트로 초대하고 류다의 고집으로 두 처녀는 교수집 딸로 행세하게 된다.류다는 초대받은 남자들 중 인기 아이스하키 선수와 만나고, 까쨔는 텔레비전 방송국의 카메라맨루돌프와 사랑에 빠진다. 까쨔는 루돌프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만 까쨔의 신분을 안 루돌프는그녀를 냉정하게 버린다.
까쨔는 혼자서 아기를 낳고, 키우고, 그러면서도 공부를 계속한다. 힘들면 눈물을 흘리지만 슬픔에 빠져 좌절하지는 않는다.
20년후 까쨔는 어느덧 공장의 지배인에 오를 정도로 성공하지만 일에만 매달리며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때로는 외로움에 남몰래 눈물 젖기도 한다. 힘들여 키운 딸 알렉산드라와도 어느새 세대차를 느끼고….
한편 아이스하키 선수와 결혼한 류다는 사람은 착하지만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과 매일매일을전쟁처럼 산다. 농촌으로 시집간 안토니나는 힘들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좋은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지만 이제는 중년이 된 셋의 우정은 변함없다. 어느날 까쨔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 그러나 이번에는 20년전과 반대로 새 연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낮추어서(?)속인것이 발단이 되어 또다시 사랑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친구들의 노력으로 까쨔의 사랑은 이뤄지고 모스크바는 하룻밤에 세워지지 않았다 는 노래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모스필림의 영화스튜디오와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모스크바의 아름다운 사계를 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검은 빵 냄새가 물씬나는 러시아의 아름다운 농촌과 전원의 풍경도 화면을 가득채운다.
모스크비치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영화의 시작은 밤의 모스크바 거리에서 시작되는데 치안이 불안해 밤거리를 제대로 나가볼 수도 없는 오늘날과는 대조적이다.영화에서의 모스크바는 어딘지 어리숙하고 촌티나는 다정한 도시이다.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깔깔 웃고, 아파트는 낡고 허름하고, 사람들은 천천히 걸어간다.오늘날의 모스크바는 초현대식 빌딩, 거리의 대형광고판, 발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 외제차의 물결등으로 자유와 자본주의 특유의 활기가 넘쳐흐르는 여느 서구의 도시를 꼭 빼어 닮았다.세 여인이 만나고, 사랑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용기를 찾아 살아가던 도시 곳곳에 자리한 공원들과 모스크바 강은 변함없이 남아있다.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않는다 를 혹평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이 영화는 소련과 사회주의의 우월함을 간접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예술의 옷을 빌려 정교하게 만들어진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냉전 시기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일변 수긍이 가기도 한다.그러나 모스크비치들이 이것은 우리의 도시 라고 노래부르는 그 모스크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사람들은 힘겨운 일이 있을때마다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고 되뇔 것이다.〈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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