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운해… 완벽한 파노라마" 모든 산꾼의 염원인 지리산 종주를 위해 초여름의 엷은 안개를 헤치며 떠났다. 대원사 지구 주차장에서 배낭을 재정비하고 매표소에 멈춰있는 트럭 적재함에 올라 산행기점인 유평리로 갔다.조금 걸으니 벌써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짧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써레봉에서 낯익은 풍경을 즐기고 철쭉꽃으로 눈요기를 하며 중봉에 닿아 인파로 덮인 천왕봉을 향한다. 삼년간 덕을 베풀어야 볼 수 있다는 일출, 고사목과 운해와 고봉의 어우러짐. 아직도 두꺼운 눈이불을 덮은 나뭇가지들…. 황홀감에 취해 헤매는 동안에도 어느덧 피어오른 안개가 바람을 타고 능선을 헤치고 다니며 또다른 파노라마를 준비한다.
통천문을 통과하며 우쭐한 기분을 맛본뒤 서부영화를 연상시키는 제석봉을 지나 장터목에 이르니텐트와 인파가 장터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한 곳 나무랄 데 없는 지리산이지만 연하봉의 경관은한층 두드러진다. 촛대봉에서 저녁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촘촘히 박힌 원색의 점들이 짙어가는저녁놀과 어울려 색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20시가 넘어 어둠속에 선비샘에 이르러 칠흑같은 어둠 속에 취침준비를 끝내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눈을 붙였다.
다음날 새벽 3시반. 싸아한 새벽공기가 피부를 파고든다. 미역국으로 허기를 채우고 서둘러 떠난다. 이른아침의 뻐꾸기 소리가 도시의 소음에 익숙한 내 귀를 즐겁게한다.
연하천 산장에서 물을 보충하고 좀더 빠른 산행을 시도한다. 이제는 멋진 경관 대신에 웅장한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을 헉헉거리며 삼도봉에 도착한다. 부지런히 걸어 노고단까지 오니 발가락이 아파온다. 만복대 코스는 왜 그리 지겹고 힘드는지…. 배낭을 증거물 삼아 사진을 찍고 정령치에 이르러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세걸산을 향했다.
세걸산 정상. 날씨가 맑았다면 천왕봉을 비롯해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넣을 수 있으련만 반야봉을 보는 것으로 자족하며 하산코스인 운봉면 공안리를 내려다 보고 세동치를 거쳐 청운교에 이르러 꿈만 같던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캔맥주를 들이켜며 힘들었던 1박2일 산행을 돌아본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로해내려니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해냈다는 성취감에 자신이 무척 위대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예티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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