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요?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죠. 듣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고 말하진 못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축복인 것처럼요"
세계 일류 첨단작품과 '스타'작가들이 대거 선보이는 '97 광주비엔날레'. 그 화려함의 언저리에서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보이려 창작의 손짓에 여념이 없는 심정환(42),김교생(41), 유호철(29), 이소라씨(29).
다음달 1일부터 10월5일까지 광주시 동구 장동 인재갤러리(062-232-6668)에서 선보일 '여백의 한자리'전에 대구지역 화가로 출품할 이들은 모두 청각장애인들. 세계 비엔날레 사상 처음 열리는장애인들의 작품전인 이번 전시에서 전국의 다른 청각·지체·뇌성마비·구족장애인 20명과 함께신체적 어려움과 세상의 편견속에서 피워올린 창작 열정을 보여줄 참이다.
청각장애인 화가인 운보 김기창 화백이 창립한 한국농미회 회원전(지난 5월 서울 운현궁미술관)에도 나란히 출품했던 이들은 한달에 한번 서로의 집을 방문, 수화를 나누거나 야외스케치를 다니며 3년째 우정을 키워오고 있다.
작품활동 21년째로 장애인미협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정환씨, 대구대 장애인 기술교육센터에서장애인 직업훈련생을 지도하는 교생씨, 미술동호인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초등학교 동기 소라씨와 호철씨. 이들은 대구미술대전, 한유회전, 목우회전등 각종 공모전에서 수차례 입상·입선한 숨은 실력파들이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 필답과 손짓, 눈빛, 더듬거리는 어눌한 외침속에 내비치는,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소박한 꿈.
"세상의 모든 소리를 꼭 귀를 통해 들어야만 할까요. 가슴으로 들어도 울림은 남을 텐데…" 이들이 초가을의 광주에서 보여줄 것은 그림이지만 우리가 봐야할 것은 그림속에 스민 작은 희망, 그것이 아닐까.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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