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7 대선 대구경북의 선택-2

이번 12월대선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영남권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여권의 분열이 계속되고있는 것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이 이회창(李會昌)대표의 확실한 지지세력이 되지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자간 대결 구도속에 절대적인우세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구·경북의 선택은 지난 92년 대선때처럼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대선의 윤곽을 가늠할 만한 영향력은 갖고있다. 대구·경북의 선택은 여전히 주요 변수인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분위기는 의외로 담담하다. 대구·경북만큼은 지역주의 구도에서 벗어나 차기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에서부터 두번씩이나 후보를 내지 못한데 대해 허탈해하는 기류에 이르기까지 지역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영남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은 우선 지역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때처럼 특정후보에게 몰표는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다. 신한국당 이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적어도 지난 대선에서처럼 60%%이상의 지지를 얻어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호남을 비롯해 충청권과 강원도 등 대선후보를 배출한 지역에서 벌써부터지역주의적 지지성향이 두드러짐에 대구·경북도 이같은 지역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선거막판 대선판도가 극도로 혼미해진다면 지역감정이 다시 투표에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신한국당의 박헌기(朴憲基)경북도지부위원장은 "지금은 대구·경북이 다소 혼란스러운 듯이 보이지만 대선이 본격화되고, DJ가 당선될 것처럼 보이면 안정을 희구하는 투표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어쨌든 지역출신 정치인들은 차기정권에서 대구·경북의 정치적인 입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방향으로 선택을 해야한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신한국당의원들이 DJ에게 정권이 넘어간다면 국정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안정론이 지역민들의 선택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면, 자민련의원들은 DJP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에도 적지않은 관심을 보이고있다. 자민련의 이의익(李義翊)의원은 지역출신 후보를 못낸다는 점을 지역주민들도 이해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구체적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아니면 안정을 통한 여당의 정권재창출이 바람직하냐의 두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있다. 반면 김윤환고문은 "대구·경북이 직접 정권을 잡지는않지만 정권재창출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또 지역출신 후보가 없다는 상황은 여야 모두에게 이 지역과의 연대를 부추기게 하고있다. 신한국당 이대표의 보수대연합 구상이나 DJ의 DJP단일화나 끊임없는 지역공략등은 결국 대구·경북에 대한 구애의 일환이다. 포항보선에서 당선된 박태준의원의 거취도 대구·경북의 선택에 변수중의 하나다.

신한국당 박찬종고문의 독자출마 여부등 영남출신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않지만 영남권의대표역을 자임하기에는 현재로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어쨌든 지역출신후보가 없는 대선구도가 대구·경북표의 향방을 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있는것만은 틀림없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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