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짜리 석이네 집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는데 석이가 식사전에 이렇게 기도를 했다."된장찌개도 주고 소시지도 주고 응…"하더니 눈을 번쩍 뜨고 밥상을 한번 둘러본 뒤 "맛있는거너무너무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된장찌개를 푹 떠서는 밥에다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는 모습. 그전에 석이에게 밥먹으라고 하면은 포크로 반찬마다 뒤적거리다가 또 찍어서 쳐다보다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 뭐도 없고 뭐도없다고 하면서 밥 안먹는다며 소파에 드러누워 딴전을 피우는 바람에 엄마속을 번번이 끓이더니한달사이에 너무 변했다 싶어 물어보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서울에 가 있던 남동생이 누나집에놀러왔다가 밥투정이 심한 석이를 보고 자기가 그 버릇을 고치겠다며 시골에 있는 친구집으로 데리고 내려갔다.
첫날아침, 그 집 어른들께 문안인사를 시키고 보리밥에다 된장국 각종 나물종류의 밥상이 나오니까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몇숟갈 뜨다가는 안먹는다 하더니만, 점심 때에는 밥상은 쳐다보지도 않고 피자를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여기는 피자 파는 곳이 없다 하니까 그러면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서 아이스크림 파는 곳도 없다 하니까 그러면 집에 가자며 두다리 뻗고 목청껏 떼를 쓰며울어도 어느 누구하나 달래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중에는 119 부른다며 협박을 하더니만 제풀에기가 죽었는지 저녁식사 때에는 한그릇을 다 비웠고 다음날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 끓인것도 맵다고 하면서도 잘먹었다고 한다. 석이 외삼촌은 집에서 곱게만 자라다가 몸과 정신을 훈련으로 다듬어서 강인한 인격으로 새롭게 태어나야만 하는 군대라는 공동체 속에서 무슨 음식이든 잘먹던 친구들은 어떤 환경속에서도 적응도 잘하던 것을 바라보면서 깨달음이 많았다고 했다.돌아오는 길에 그전에는 집안에서 아줌마 안녕했는데 그날은 대문까지 나와서 안녕히가세요 하고공손히 인사를 하기에 칭찬과 감탄을 연발하니까 골목까지 배웅을 하러나온 석이 엄마의 얼굴에는 마치 '언니 우리아들 끝내주지' 하는 듯한 행복한 미소가 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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