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년대생 작가들의 반란

60년대생 작가들의 시대는 가고 이제 70년대생 작가들의 시대가 오는가. 최근 들어 우리 문단에서는 70년대에 태어난 20대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있다.

올해초 장편소설 'DMZ'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박상연(25)을 비롯해 지난 6월 첫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을 낸 스물두살의 김연경,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등 두편의 장편소설로 문단의 '어른들'에게 새로운 세대의 어법을 선보인후 최근 연작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를 발간한 백민석(26), 그리고 최근 장편소설 '게임 오버'로 '수로바이러스'를 퍼뜨리며 20대작가군에 합류한 김설(27) 등이 문제의 작가들.

이들은 모두 '세기말의 아이들'이지만 이 불안하고 어두운 세기말을 소설에 담는 방법, 세계관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보인다.

가장 최근에 나온 김설의 '게임 오버'(문학과 지성사)는 제목 그대로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독서체험을 가져다 주는 소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가벼우면서도 폭력적이고 느끼면서도 생각하지 않으며 현실체험보다 가상의 경험을 실감하는 세기말의 풍조를 대변해주는 인물로 이 해체의 시대가 낳은 기이한 여자가 '게임오버'의 천수로라고 평하고 있다.주인공 수로는 소설속에서 미로게임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소설 자체가 '미로'라는 큰 모티브속에서 정교하게 진행되며 작가는 수로라는 주인공을 통해 이 세계의 무의미성을 그려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학과 사회'가을호에서 집중조명 대상작가가 되기도 한 백민석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문학과 지성사)는 '누가 보아도 신식의 글쓰기이면서 동시에 누가 보아도 구식의 세계를 보여주는'(김윤식 문학평론가) 연작소설집. 그는 이벤트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된 음악인협동조합인 믿거나말거나박물지, 사막 한가운데로 완다라는 물고기를 낚으러 떠나는 완다대탐험대, 1백12㎏을 72㎏으로만든 달걀다이어트식단, 반동물 반식물 돌연변이 인간그린맨 등을 통해 권태와 무료,환멸로 가득찬 생활세계의 논리로부터 우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삶이 항상 고통스러울수밖에 없다는 주제를 풀어놓고 있다.

박상연의 'DMZ'(민음사)는 판문점 북쪽에서 벌어졌던, 남한병사가 북한병사 총기 난사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일종의 추리기법으로 다룬 소설.정보전달 방식이나 구성상의 문제, 그리고 곳곳에서 눈에 띄는 감상적 태도 등에도불구하고 이 작품은 90년대 들어 우리 소설의 주류에서 밀려났던 분단소설의 맥을 계승하는 '굵직한 서사(이야기)가 있는 소설'이라는 평.'광장'이후 오랜 과제였던 '제3의 길' 발견에 재삼 도전한 이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우찬제씨는"여전히계속되고 있는 분단 상황에 대해서, 이데올로기의 헛놀음에 대해서, 90년대식의 질문법을마련한 것이 퍽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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