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키나와 어제와 오늘(7)-문화

"韓·中과 다양한 교류 본토와 다른 특이함 간직"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멘소오레'라고 적힌 간판을 여기저기서 볼수 있다. '어서오세요'라는 오키나와 고유의 말이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 한국,중국,일본 등과 밀접한 문화적 관계속에 영향을 받으며 독자적 문화.예술을 창조해 왔다. 이같은 이유로 오키나와에서는 여러나라의 언어가 사용됐으며 다양한 사고방식과 문화가 혼합돼 특이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전경수(全京秀)교수에 의하면 한국과의 교류에 대한 기록중 성종실록에 구체적 내용이 남아있다. 1475년 2월초 제주도에서 서울로보내는 글을 갖고 김비의(金非衣)일행이 떠났는데 도중에폭풍우를 만나 14일간 표류끝에 류큐남단에 있는 윤이(閏伊)섬에 닿았고 그 섬사람들의 보살핌으로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며 기록이 시작된다. 그 윤이섬이 오키나와 가장 남쪽에 있는 지금의 요나쿠니(與那國)섬이다. 또한 1471년 신숙주에 의해 편집된 '해동제국기'에는 류큐의 지도도 남아있다. 이처럼 과거 대교역시대 한국과의 오랜 교류로 우리와 비슷한 풍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음력3월 청명(淸明)에는 온가족이 문중산소에 모여 성묘를 하고 음력 8월15일에는 집에서 제단을 차리고 3일간 제사를 지낸다. 이같은 의식은 일본 본토와는 다른 풍습이다.3백50년의 전통을 가졌다는 오키나와의 줄다리기 행사는 수천명이 모이는 전국적인 행사로 지금도 열리고 있다. 또한 우리와 비슷한 행사인 소싸움은 옛날부터 오키나와 농촌각지에서 열려왔는데 지금도 큰 규모로 개최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만 등 남방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많이 보인다. 오키나와의 많은 시골 주택 지붕에는사자상이 설치돼 있다. 태풍 상습지역이라 자연의 재앙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한 부적과 같은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방문중 기자는 아사히신문 지역기자의 소개로 오키나와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 전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세사람의 우치난추(오키나와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직접부른 오키나와 민요풍의 노래가 세계적으로 히트해 일약 유명해진 키나 쇼기치(喜納昌吉)씨. 오키나와 출신으로 현재 일본최고 인기가수이며 동남아 젊은이들의 우상인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양을 발굴한 예능학교 교장 마키노 마사유키씨. 오키나와 전래의 민요 즉 시마우다(島唄)를 일본전국에 보급시키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네네'라는 이름의 여성민요팀.

"…강은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사람도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그 흐름이 닿는 곳에 꽃으로 꽃으로 피어나리" 일본 전국은 물론 중국.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1천5백만장이 팔려나갈 만큼 인기를 모은 '모든 이들의 마음에 꽃을'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키나 쇼기치씨에 의해 지난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이벤트에서도 불려졌다. 그가 애틀랜타에 초청된것은 오키나와 전통가락과 호소력강한 노래를 통해 평화운동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그는 언젠가 판문점에서 평화의 노래를 연주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오키나와 최대의 농작물인 사탕수수는 연간 2백억엔의 수입을 가져다 주지만 지난해 이곳 출신어린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 혼자서 벌어들인 돈이 2백50억엔을 넘는다. 이 일본최고의 인기가수가 배출된 곳이'오키나와 액트스쿨'이다. 이곳에는 오늘도 제2의 아무로를 꿈꾸며 일본전국에서 몰려든 소녀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 연예계에 오키나와 선풍을 일으킨 마키노교장은 독특한 지도법으로 학생들의 재능을 키우며 지금도 속속 예능계에 데뷔시키고 있어 매스컴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이 스쿨을 국제적으로 개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오키나와 민요를 일본본토에 알려온 여성민요팀 '네네'는 전래되는 오키나와 고전 민요의 전통을지켜오면서 최근에는 현대적 분위기를 가미한 신곡도 NHK방송을 통해 발표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서 가장 가난하고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출신인 이들의 활약은 오키나와 전쟁을 경험했고 미군기지 강제사용 문제에 봉착해 있는 오키나와인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열망과 함께 '할 수있다'는 자신감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도쿄.朴淳國특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