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동미술소고

한 아동의 어머니가 어느날 우리 아이 그림 한번 봐주세요 하길래 차도 한잔 얻어 마실겸 방문한 적이 있다. 아이가 그렸다는 그림 몇장을 내놓으며 우리아인 색칠은 잘하는데 사람을 그리면비례가 맞지 않는다며 아이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그림의 내용은 주변 생활상을 표현한 듯한 시장사람들의 모습이 제법 재미있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색상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색이 주류를 이루었고 꼼꼼한 흔적이 역력했다. 다만 아이 어머니 말씀처럼 비례관계는 무시된 전형적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그림이다. 나는 그 종이 뒷장에어머니가 아이를 세워두고 그려보도록 했다. 당황한 얼굴로 한 10분에 걸친 사투가 시작되었다.얼굴이 크졌다 지우고, 다리가 길어졌다 줄어들고 또 길어지고…. 완성된 그림은 일단 아이의 몸에 비해 다리가 길고 팔길이가 짧은 그야말로 비슷하게 그린 상상화였다. 이것은 이 어머니뿐아니라 아동을 둔 대다수의 어머니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나는 이런 어머니들께 그 자녀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그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열이면 열사람 제대로 안될 것이다. 아이의 그림은 그들만의 언어이며 또한 그들 눈에 비친 모습 그대로를표현하는 것이다. 어른의 눈에 비친 사람의 모습은 이미 정형화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이지 실제비례는 맞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머리가 크고 작은 것이나 어머니가 다리가 길어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관점에 따라서는 상통하는 것이다. 아이의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비례를 따지기 전에 얼마나 성실하고 자신있게 자기생각을 표현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아이가 팔등신 미녀를 정확하게 그린다면그 또한 징그럽지 않겠는가.

피카소가 아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60년이 걸렸다는 얘기는 그만큼 고정관념을 버리기가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화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