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본사 송광호특파원 방북기

"평양 지금은...(3)"

북한의 간부급 인사들이 서서히 젊은 세대로 바뀌고 있다.

수년전 방북시 기자를 맞던 안내원 및 간부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50세전후였는데 어느 틈에30~40대로 10년이나 젊어져 있었다.

이번에 직접 기자와 연관을 가진 책임자도 안내원(33) 참사(38) 국장(41)등의 담당 간부들 뿐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50세이후의 간부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이들은 한차례이상 해외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어 외국 손님들에 대한 이해가 꽉 막혀 있지는 않았다.지난 89년초 북경에서 처음 타본 평양행 북한 비행기 '조선민항'. 그후 이름이 고려민항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고려항공(AIR KORYO)'이란 명칭으로 달라져 있다.

처음 기내에서 듣던 '김일성 장군의 노래',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등의 음악이 '푸른하늘 은하수…'의 '반달'노래로 변하더니 이번 방북시에는 경쾌한 북한노래 '휘파람'등으로 바뀌어 은은하게 울려 나왔다. 다만 변함없는 건 닭고기, 카스테라등의 조촐한 기내음식과 친절한 스튜어디스의 웃음띤 얼굴뿐인듯 싶다.

마침 평양행 항공기내에서 하와이 거주의 이산교포 2명을 만났다. 이들은 방북을 위해 개인당 수천달러씩의 기부금을 냈다며 기자에겐 얼마를 주었느냐고 묻는다.

실상 북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기화로 북한 방문 알선업체들의 횡포가 심해졌다. 북한으로 가는 길이 좁아질수록 이들 업체들은 거액의 커미션을 요구하고 특히 미국의 경우 브로커비가 1인당 4천달러로 공식화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들은 북한을자주 드나들며 '수재의연금'을 걷는다는 미명아래 실지로는 자기 호주머니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이때문에 돈 없는 해외이산가족의 북한 방문은 거의 힘든 상태이며 앞으로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으로 전해진다. 북한에서 현재 주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집이 해외에 이산가족을 두고 있는 가정이라고 한다.

이는 이산가족들끼리 만나 그들로부터 나온 얘기로 무엇보다 북미에 친척을 두고 있는 북한주민이면 그집 자녀들을 최고의 결혼대상자로 여긴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북한의 식량·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고 보면 북한주민들의 해외이산가족들에 대한 부러움과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북한은 해외동포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건물을 세우는등 저력있는 해외 동포들의북한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중 최근년에 세워진 건물중 하나가 볼링장(북한에선 '보링장'으로 표기)이다.

어느 재일상공인동포(조총련)가 북한에 볼링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92년 평양에 이를 건립하자 북한당국은 충성비를 그 건물앞에 세워주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평양 여러곳에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충성비가 가끔 눈에 띈다.

또 볼링장처럼 해외 후원자의 도움아래 새로 만들어진 건물이 사격장인데 실내 야외 오락사격장등 세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 건물 지하실에서 직접 실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요"라며세계에서 소형구경 실탄을 생산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고 은근한 자랑을 폈다.오락장의 경우에는 전부 기계를 끼고 앉아 게임(파친코)에 열중하고 있었다.

현재 북한에서는 체육부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안내원은 "인민학교(초등학교)때부터 수영과 태권도 이 두과목은 잘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최우등상을 탈수가 없기 때문이지요"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니 누구든 수영은 필수적이며 태권도는 우리 민족무도이니 반드시 어릴때부터 훈련을 쌓고 기술향상을 이루어야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2m36㎝의 이명훈 농구선수의 배출에 힘입어 요즘 북한은 농구에 집중적으로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기관지 '노동신문'에조차 '농구를 대중화하자'는 제목아래 포스터까지 크게싣고 모두가 농구선수가 되자고 선전하고 있다. 이 포스터는 신문 뿐만 아니라 평양 곳곳의 많은건물에 붙어있고 3명의 국가공훈예술가가 합작으로 이룬 작품으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라는 서두로 농구선전을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8월28일 제6회를 맞는 북한 청년절에는각처에서 농구시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농구와는 별도로 북한에서 기대를 거는 운동이 여자축구이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북한 여자축구는 남자축구보다 더 유망하며 인기가 높다고 한 축구코치가 말했다. 현재 세계 4위라는 북한여자축구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한편 북한에선 곰열(웅담)판매를 많이하고 있다. 평양, 금강산, 원산등지의 상점에서는 따로 광고문을 붙여놓고 곰열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거 진짜입니까" 내 말을 못알아 들었는지 판매원은 가만히 있는데 어느 교포가 "국가에서 만든건데 그럼 가짜일수가 없겠지요"하고 대신 답변한다.

가격은 그램(g)당 5달러. 북미사회의 경우 보통 g당 12달러를 호가하니 값이 싸고 품질이 보장되어 임자만 만나면 잘 팔릴 것 같았다.

그러나 캐나다의 경우는 웅담거래를 법적으로 금하고 있고 혹시 공항에서라도 걸리게 되면 5천달러의 벌금형을 물게 되어있다.

사실 얼마전 한인교포 2명이 공항에서 웅담을 갖고 나가려다 세관원에 적발돼 신문에 기사가 나고 교포위상에 먹칠을 한 적도 있다.

북한을 떠나기 이틀전 호텔내에서 안내원들끼리 한동안 수근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안내원에 따르면 어느 주민이 신고를 했는데 평양역에서 한 미주교포가 1달러를 놓고 누워자는사람사진을 찍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교포는 이미 신의주 열차를 타고 떠나 찾기힘들게 됐다고 일러준다.

북한 정권은 순전히 자존심때문에 그러한 궁색이 드러나는 사진은 찍지 못하게 했다.그것은 군차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소속기관등에 따라 번호판이 달랐다. 공교롭게가는 유원지마다 같은 색깔의 번호판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안내원이 난색을 표한다."군 차량인데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라며 만류했다. 그의 말대로 사진찍기를 포기했지만그후에도 나는 여러번 같은 색의 차량들이 큰 식당등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발견했다.북한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들은 금년이 '고난행군 마지막 해'로서 내년부터는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잘 살리라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고생과 궁핍생활을 하며현실을 견뎌내려 노력하는 것은 불쌍한 주민들 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평양 주변 북한사람들은 대부분이 흥청망청식이었다. 북미에서 이산가족의 해외교포라도 오게되면 그들은 제세상 만난듯 했다. 한갑에 2달러(미국담배)하는 담배 한 케이스(20달러) 정도의 선물로는 고맙다는 인사조차 받지 못했다. 이들은 교포만 상대한 탓인지 일개 안내원이 1백달러이상의 '몽블랑'고급볼펜을 갖고 있는가 하면 오메가 시계등 고급시계를 찬 안내원들도 있었다. 예전김일성이름이 박힌 국가에서 준 선물이 아닌 개인시계여서 북한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조장되는게 아닌가 생각됐다.

과거 울창했었다는 산야는 묘향산등 몇군데를 빼놓고는 벌거숭이 산으로 변해 이를 목장으로 꾸미겠다고 계획을 짜고 있다.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아래 야산등지의 잡목을 베어버리고 아예 축산업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이나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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