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화교중·고 학생들

"우리는 화교3세 언제나 조국사랑"

뿌리를 잃은 난꽃(失根的蘭花).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화교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한국대구화교 중.고등학교. 전국 4개의 화교고등학교중의 하나이자 대구에서 하나뿐인 화교 학교다.커다란 운동장에 직사각형의 학교건물들이 웅장한 한국의 고등학교와는 달리 꼬불꼬불한 숲속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지막한 건물이 부끄러운듯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현재 120여명 남짓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교 3세들. 중국말로 수업이 진행되고 교과서뿐만아니라 학제나 교칙이 모두 대만의 중.고등학교와 같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구사하는데는 부담이 없지만 글쓰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때문에 학교측은 일주일에 한국어를 몇 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본국과의 차이라면 차이.이곳의 첫학기는 한국과 달리 가을에 시작된다.

지금의 고3학생들은 한국으로 따지면 고 2학생들과 같은 학년이다.

화교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많은 친구들과 사귈 수 없는 것이 이들의 불만중 하나다.초등학교때부터 같은 반 학생들이 고 3때까지 줄곧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반장인 강수우(姜樹友.3학년)군의 볼멘 소리다.

한국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요. 그들의 학교를 방문해 보고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보고 싶고 그들과많은 얘기도 나눠보고 싶고요 라고 말하는 3학년 강화(姜樺)양.

그래서 이들중 몇몇은 한국 친구들을 사귈수 있는 한국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대학에서 한국친구와 미팅도 하고 싶고 여행도 많이 가고 싶은데 기회가 없습니다왕공덕(王功德)군은 벌써부터 대학생이 된 것처럼 들떠있다.

화교들은 자식교육에 엄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 일부 한국학생들처럼 짧은 반바지를 입고밤늦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남신명(南新明)교장은 폐쇄적인 한국땅에서 이들이 꿋꿋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끈질긴 뿌리의식과 이것을 지탱하게 하는 엄한 교육때문 이라고 말한다.

중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러워요. 올림픽에서 중국인들이 금메달을 딸 때면 왠지 가슴이 뿌듯해지는것을 느낍니다. 비록 가까이 할 수 있는 조국은 아니지만 조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져요3학년에 재학중인 이영미(李玲美)학생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진다.〈崔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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