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C선택-97대선 D-100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사실상 당의 최고통치자인 당 총재자리에 오른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추석연휴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탓인지 8일 저녁 예상을 깨고 "이달말이회창대표에게 총재직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대선 D-100일을 맞아 가장 큰 추석선물을 받았다.

정가에서는 이를 메가톤급 대사건으로 보고 있다. 92년 8월 28일이후 집권여당 총재교체는 처음이다. 이제 이대표는 고용사장에서 오너로 신분이 근본적으로 바뀐 셈이다. 이는 여권 중심축의실질이동을 뜻한다.

당총재의 권능은 가히 무소불위다. 공천권과 당직 임명권 등 당 운영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행사할 수 있는 지위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사가 일천한 정치제도아래서는 '총재가 곧 당'이 될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대표는 당장 공천권과 당직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을 지는 몰라도 최근 대통합의 정치와 관련해서 대통령제와 역사 바로세우기 등의 정강정책 변경과 보수대통합을 위한 외부인사영입 등을 독자적으로 판단,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되었다.

또 청와대주례보고 형식도 없어지고 비정기적으로 김대통령과 대등한 입장에서 현안을 논의하게된다. 역으로 대선자금도 본인이 직접 구해야 하는 등 대선을 자력으로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김대통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 동시에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현재 당내외 상황에서 이대표의 갈길이 멀기만 하다. 기회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기도 함께 맞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도 총재직 조기이양에 대해 김대통령이 향후 정치적 구상에 여유를 갖기 위해 정치일정을 빨리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복선이 깔렸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탈당도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총재직의 전격이양은 김대통령 특유의 고도의 승부수라는 진단이다. 진행되고 있는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음에도 이런 고단위 처방을 던진 것은 후보 교체론에 대한 정면대응이다. 김대통령은 일단 이대표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월쯤이대표의 승리가능성이 희박할때 또다른 정치적 구상을 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대표를 내세워 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주류측은 환영분위기 일색이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고, 강재섭(姜在涉)정치특보도 대통령의 갈 길이 정해졌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측은 충격적인 반응이다. 가장 우려한대목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지사는 "당 구조와 체질에 대한 개혁이 없는 상태에서 총재직 이양은리더십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한동(李漢東)고문과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은"이대표를 도와주기 위한 차원"이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총재직을 거머쥔 이대표의행보와 당내 각 정파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대표의 총재취임을 계기로 당이 안정으로 가느냐 분란으로 가느냐 귀추가 관심거리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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