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자랑스런 시민상'

"효행분야 추천 전무"

"효자 좀 찾아주세요"

최근 '자랑스런 시민상'추천을 마감한 대구시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개발, 사회봉사, 효행, 선행 등 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3백개가 넘는 지역 기관단체에추천을 의뢰했으나 효행분야 추천이 한 건도 없었기 때문.

대구시의 '자랑스런 시민상'은 올해로 21번째. 초창기에는 추천이 넘쳐 누구에게 상을 주는 것이좋을지 조사를 한다, 여론을 듣는다 하며 진땀을 흘렸다. 효행분야는 수상자 선정에 특히 공을 들인 분야. 그런데 다른 분야의 추천은 꾸준히 계속되는데 비해 효행분야는 갈수록 줄어들어 올해는 아예 추천이 한명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상자 배출 역시 95년까지는 계속됐으나 지난해1명만 추천돼 선정되지 않은데 이어 2년째 선정을 못할 형편.

이에 대한 시청 관계자들의 풀이는 가지가지. "효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세상"이라는 '시류론'에서부터 "상이 생긴지 20년이 넘다보니 받을만한 사람은 다 받았다"는 '바닥론',"다른 상도 많다보니"라는 '수요초과론'도 나온다. 어떤 직원은 "시민상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진 때문이 아닌가"라고근원론을 내세우기도.

그중 가장 보편적인 동의를 받는 것은'경제발전론'.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과거처럼 먹을 것 안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부모를 공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 의술발전도 '효자양산'을가로막는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시민상 뿐만 아니라 대구시내 각 구청이 선정하는 구민상에서도 마찬가지. 효행으로 수상하는 사례가 갈수록 줄어 올해 구민상 수상자 11명 가운데 1명만이 효행으로 구민상을 받았다. 구청관계자는 "개인주의, 물신숭배의 세태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없어서 못 주는 건지, 못 찾아서 못 주는 건지. 어찌됐든 올해 대구시의 '자랑스런 시민'에 효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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