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7대선 대구·경북의 선택(5)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은 지금 한창 복잡한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오는12월18일의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인 문시장이 누구를 선택할는지는 대선에서의 그의 역할과 대선이후의 그의 정치행보와관련, 지역정치권에는 초미의 관심사다. 거꾸로 문시장은 자신의 선택에 쏠리는 지역민들의 관심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같은 지역을 뿌리로 하고 있는 경북의 이의근(李義根)지사는신한국당소속으로 선택의 폭이 좁은 대신 부담도 적을것이다. 당인으로서 당소속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법의 허용범위내에서 적극 노력하는것, 당과 명운을 함께하는 것이다.

95년6월 무소속인 문희갑후보의 대구시장 당선은 소위 '반여비야'의 지역정서가 표출된 것으로확인됐다. 이후 문시장은 그의 개인적 이력이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과정으로 미뤄 여당입당이예상됐고 그런 예측을 본인도 부인하지 않았다.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지역정서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입당할수도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치적 상황변화를 예상한 입지확보용이랄까.그러나 문시장은 최근 '무소속시장을 선택해 준 대구시민의 뜻에 부응하겠다'며 입당고사 의지를보였다. '반여'의 지역민심이 여전히 요지부동인채 지역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리더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입장표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것이다. 이런 문시장의 행보에는 무소속의 대구시의원과 무소속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세를 불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문시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민회의와의 연대를 상정해볼수 있겠으나 이경우 문시장의 정치성향과 현직 민선시장이라는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여간한 모험이 아니다. 정권교체라는 확실한비전이 보이거나 또는 지역성향이 반여 친DJ로 변하지 않는다면 예상할 상황이 아니다. 자민련김종필(金鍾泌)총재나 민주당 조순(趙淳)총재진영과의 합류도 그런면에서는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그가 '무소속으로 임기를 마치겠다'고 한 정치행보는 이런 관측에 근거한 것이다.여권과의 연계에 대해 문시장의 한 측근은 "문시장은 여론이 여권성향으로 바뀌기를 바라지만 결코 끌고가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 점에서는 문시장도 정당이나 후보개인을 선택하기보다국가의 장래를 내다보는 선택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나라장래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찾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대선과 관련, 문시장은 "현재로서는 아직 분명한 것이 없다"며 정치상황의 변화와 여론의 추이를지켜본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11월초순쯤이 될 것이며 민심이 자신의 뜻과 다르다면 기꺼이 민심과 선택을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신한국당소속인 이의근지사는 또 다르다. 당소속으로서 당의 후보를 지지하면 그만이다.어차피 당과 정치적 생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그로서는 대선에서의 역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몸체를 키워갈 계산까지 갖고있다. 그의 측근은 "현직지사의 대선활동을 제한하는 선거법의 제약이 구체적이고 광범위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역할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지역정서도 무소속이나 야당이 대거 포진한 대구와는 달리 여당이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어쩌면이지사는 당이 어려운 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역할이 더욱 필요하고 또 그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이지사는 여러차례 언론대담에서 정치인이기보다는 행정가로, 민선단체장으로서의 업무추진에 무게를 싣고있다. 경주문화EXPO, 북부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등에서 보인 그의 행보는 본인의부인에도 불구하고 재선을 노리는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민들은 관선시대와는 다른 그의 역할을 이번 대선에서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이지사는 당의 경선과정에서도 당소속 도의원들과 여러차례 숙의를 하면서 후보선택을 통한 자신의 지지세확보를 도모하기도 했다. 그자신 '환태평양시대를 이끌 21세기의 지도자'를 지지하겠다고 표현했지만 대선에서의 역할을 통한 자신의 입지강화와 지역내에서의 정치력 부풀리기를 위해서는 그도 역시 지역민심의 향배를 주목할 것이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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