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새재 생태계탐사-⑤

"제2관문 주변의 식물"

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수년째 가뭄이 계속돼 벼가 말라죽고 댐이 바닥을 드러내식수 부족에 시달리는등 고통을 겪었던 대구.경북지역도 올 여름의 비로 완전 해갈이 됐다. 인간이 첨단 과학기술로 문명을 바꾸어가도 자연의 힘이 해결해야 할 일은 따로 있는 것이다.지난달 중순 제2관문을 찾았을 때도 30mm가량 많은 비가 내린 직후였다. 비는 식물에게 생명의원천이다. 요즘 비는 산성도가 높지만 물기를 머금은 싱싱한 나뭇잎은 생기를 느끼게 한다. 산길도 여기저기 패어 있고 계곡물도 제법 불어나 있었다. 안동대 송종석교수팀은 2관문에서 주흘산방면에 걸쳐 서식하는 식물군을 조사했다.

물푸레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산지 해발 1백~1천6백m에 서식하는 물푸레나무는 5월에 연한 녹백색의 꽃이 핀다. 쇠물푸레나무도 옆에 서 있다. 물푸레나무는 쇠물푸레나무보다 잎사귀가 더 큰 것이 특징이다. 수액때문에 인기있는 고로쇠나무도 보인다. 이 나무는5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생강나무는 잎이나 어린 가지를 잘라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 이 나무는 크게 자라봐야 3m를넘지 못하는 관목(키가 크지 않은 나무)으로 교목(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고 위쪽에서 가지가 퍼지는 나무)사이에서도 추위와 목마름을 이겨내며 잘 자란다. 다른 나무와 풀들은 살기를꺼려하는 참나무 숲이나 소나무 숲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가리는 곳 없이 산 아무데서나 잘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개울가에는 산수국이 고즈넉이 서 있다. 수국이란 이름은 수분을 많이 흡수하고 물가에서 많이자라며 열매 모양이 그릇과 같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중국이 원산으로 일본에서는 원예품종으로 인기를 얻는 식물이다. 중국의 시인 백낙천은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모여 피워낸 이 꽃을넋놓고 바라보다 시 한수를 읊으며 자양화 (紫陽花)라 이름짓기도 했다.

가을철 단풍이 아주 고운 붉나무도 있다. 단풍이 붉게 타는 듯 하다 해 붉나무인 것이다. 붉나무는 옻나무나 개옻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옻나무와 달리 옻을 타지 않는다. 옻나무와 붉나무는잎을 보고 구별한다. 이 두 나무의 잎은 큰 자루에 작은 잎이 여러 개 달려 있으며 붉나무는 작은 잎들이 달리는 자루 사이에 날개 같은 것이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옻나무는 작은 잎 아래 부분에 2~3개의 톱니 무늬가 져 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붉나무는 열매 표면에 씌어져 있는 흰가루가 짠 맛을 지니고 있어 염부목 또는 염부자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서어나무는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눈에 띈다. 이른 봄에는 진한 붉은 빛의 새순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고운 연두빛의 잎이 유난히 싱그럽다. 꽃은 열매로 자라나 주머니에 싸여 벼이삭같은 모양을 띠며 가을에는 노랗지도 붉지도 않은 단풍이 보는 이들의 흥취를 돋운다.서어나무는 또 극상림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나무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지닌다. 극상림은 식물군락이 인간 사회와 같이 형성, 발전의 천이과정을 거치면서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토양위에서 안정된 산림군락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문경새재 2관문 주변지역은 극상림이 아니다.

송교수는 서어나무가 이 곳에 있는 것은 다소 의외이다. 극상림은 햇볕이 침투하지 못할 정도로나무가 빽빽한데 이 곳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부분적으로 그늘이 많이 져 있어 서어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함박같은 웃음을 활짝 머금은 함박꽃나무도 서 있다. 목련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이면서 키가크지 않은 소교목으로 산목련이라고도 불린다. 넓은 타원형의 잎새와 주먹만큼 큰 하얀 꽃송이는보기에도 탐스럽다.

국수나무, 초록싸리, 광대싸리, 외래종인 은백양, 층층나무, 개옻나무, 음나무, 졸참나무, 박달나무,작살나무, 개암나무, 느릅나무등도 눈에 보인다.

위로 계속 올라가니 나무 굵기가 점점 더 굵어진다. 송교수는 유난히 커 보이는 물푸레나무에 다가가 팔로 나무를 감싸 안는다. 줄자로 재보니 이 나무는 흉고직경이 30cm이상 돼 수령이 80~1백년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무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통상 나이테를 보면 그 나무의 나이를 알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20년이상 되는 나무는 나이테로도 나이를 알기 어렵다. 나무의 나이를 아는 것이 생태계를 살피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이에 관련된 연륜학이란 학문까지 있다. 연륜학은 봄에 생기는 식물의 형성층으로 나무의 나이를 파악하는데 대기오염등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스웨덴에서는 나무에 톱으로 상처를 내어 생긴 톱밥으로 나이를 아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신빙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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