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사정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종전같으면 장승길 북한대사의 미국망명사건을 4자예비회담을 늦추거나 보이콧할 호재(好材)로 삼아 온갖 술수를 부렸을터인데 예정대로 순순히 참가키로 결정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북한이 예비회담을 장대사의 망명을 빌미로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은 어느정도 감이 잡힌예견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북한당국자는 장대사의 망명과 4자예비회담을 별도의 사안으로 분리하는 듯했고 나아가 실무회담석상에서 미.북간 준고위급 접촉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망명사건이4자회담의 걸림돌은 아니란걸 은연중에 느낄수 있었다.
따라서 지난 4일 뉴욕에서 있었던 실무접촉은 북측의 요청에 의해 10일과 11일 찰스 카트만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김계관 북한외교부 부부장이 만나는 준고위급접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접촉은 4자예비회담을 18일~19일 열기로 합의했으며 이틀전인 16일엔 미.북간 협의회를 가지기로했다. 또 남북한과 미.중이 한데 모이는 예비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은 17일에 여는등 우선 보기에는 이번 예비회담이 단숨에 본회담으로 연결될 것 같다.
4자예비회담이 북측의 큰 반발없이 열리게 된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노력과 인내가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미국은 제임스 폴리국무부대변인을 앞세워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대북추가 식량지원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이에 북한도 △공금횡령범인 장대사를 송환해 줄것 △장대사 소지 공금 반환할것 △망명에 미중앙정보국(CIA)이개입한데 대해 유감표명 △유사사건 재발방지 보장등을 요구했지만 이는 의례적인 것으로, 종전과는 달리 극히 부드럽게 짚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4자회담 본회담을 전제로 열리고 있는 예비회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유지해야 국제사회의 관심과 아울러 비판받지 않기 때문에 장대사의 망명사건까지도 별개의사항으로 분리한 듯하다.
그래서 북한은 이미 제시한 4개사항을 4자예비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 않았으며 '다만 이러한 조건들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제시수준으로 희석시킨 것은 식량난이 발등의 불 이상으로다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은 장대사의 망명이란 자존심이 상하는 아픔까지도 극복하며 예비회담까지는 도착하겠지만여전히 본회담의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아마 망명사건을 고삐삼아 예비회담을 풀었다 죄었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때는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미.중.일등 주변국들이 힘을 모아 북한이 본회담으로 무사히 이를 수 있게 밀어주고 당겨주는 공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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