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황토의 신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배가 아플 때에 벽이나 방바닥의 흙을 조금씩 긁어먹기도 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하면 신통하게도 아픈 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뱃속의 미생물들이 분비하는 단백질 성분의 독소가 흙가루에 엉겨붙어서 아픔이 가라앉았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오랫동안 모르고 지내왔던 황토(黃土)에서도 이와같은 흡착제로서의 성질이 알려지고 있으며 이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다. 한 여름을 마감하는 때에 연안의 어패류 양식장에서는 연례행사처럼적조(赤潮)가 나타나고 있다. 적조는 바닷물 속에 살고 있는 플랑크톤이 수온이 오르면서 갑자기대량증식한 것으로, 독소를 분비하고 물 속의 산소를 고갈시킴으로써 어패류를 폐사시켜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적조를 없애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플랑크톤이 번식하지 않도록 바닷물 속의영양물질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영양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근본적이면서도적조가 나타나기 전에 해야 하는 예방적인 방법이다. 일단 적조가 발생하면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서 적조발생 해역에 황산구리 같은 화학약품을 뿌린다. 이때 큰 효과를 발휘하는것이 바로 황토를 뿌리는 방법이다. 황토는 그야말로 값싸고 효과적인 적조 해소제인 셈이다.최근에는 생활 주변에서도 황토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건강과 미용을 위한 황토방사우나가 생겨나고 있으며, 황토를 깐 온돌방을 아파트에 도입하고 심지어는 황토침대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요즈음 연안에 발생한 적조를 없애기 위해 황토를 뿌리는 모습은 황토가 가진 또하나의 신비로운 면을 보여준다.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흙을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흙의고마움과 신비로움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보이기에 더욱 흐뭇한 마음이다.

〈이재열-경북대교수.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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