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가 죽었다. 충격. 국내유수의 재벌까지 부도나는 상황, 거기다 KAL기가 떨어지고 캄보디아에서도 많은 희생자를 냈다. 희망 주는 것이라곤 박찬호 승리 뿐 이라는 세상. 조그만 뭔가에라도매달려 아! 그래도 잘 돼 가는 것도 있구나 하고 자위하고 싶어하던 국민들.
그러나 나리는 죽었다. 그 죽음이 몰고온 파괴력은 그래서 여느 유괴사건과는 또 다르다. 온 국민의 입에서 한숨이다. 모두가 엊저녁을 TV 앞에서 무너져 지냈다. 바로 나 자신의 일. 적잖은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명운까지 연결시키며 깊은 침몰의 나락을 걷고 있다.
마침 추석 연휴. 사람에 따라서는 5일간이나 계속되는 좋은 계절. 종전 같으면 틀림 없이 황금연휴 라 불렀을 즐거운 시기. 그러나 어둡다. 오히려 검은 한가위 . 나리가 아니더라도 얇아진 주머니, 잃어버린 직장, 나오지 않는 월급…. 때문에 어깨가 쳐진 올해. 그 쳐진 어깨를 나리의 죽음이 더욱 가라앉게 만든 것이다.
이발사 한모씨(43)는 12일 아침 잔돈 바꿔주기를 거절한다는 작은 이유로 대구 비산동 한 다방을박살내 버렸다. 지난 3일엔 전기요금 부담 시비를 벌이던 세입자가 주인집에 불을 질러버렸다. 이날 음주운전 면허 취소를 당한 남자가 사고 피해자를 찔렀고, 4일엔 노점상이 자리 다툼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경북대 사회학과 한남제 교수는 나리양 사건 같은 엄청난 일을 겪고도 곧 잊어버리는 우리 감각이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도시민들이 고향 찾아 길을 나섰다. 10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겠다고, 새벽 2시에 출발하더라도 고향이 좋다고 한다.
추석 뒤에는 다시 희망차고 가슴 가벼운 세월이 열리길 기도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심정이다.〈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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