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사업의 실질적 주역이면서 금전면에서만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해온 미국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 '미국은 한푼도 낼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한중인 미국의 고위급관리인스탠리 로스미국무부 동아태(東亞太)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대북(對北)중유공급을 하는데만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경수로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60억달러중 한부분도 부담할수 없음을분명히 했다.
경수로의 비용분담문제는 제네바핵합의 이후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94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우리는 얼마 너희는 얼마'식의 명쾌한 비용분담의 선을긋지 못한채 얼버무리기만 해왔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창립할 때부터 기초공사가 시작된 지금까지 운전석에 앉아 한번도 핸들을 놓은 적이 없지만 비용부담문제에 있어선 '상징적 기여'라는 듣기좋은말만 되풀이해왔다. 이는 마치 주식회사의 '출자하지 않은 대표이사'가 바로 미국이란 표현이 가장 알맞을 성싶다.
그러면서 미국은 KEDO회원국인 한·미·일등 3국의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일본이 '상당한 기여'를 하며 자진 참여의사를 밝힌 유럽연합(EU)에게도 적정한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아래 경수로계획을 오늘까지 끌고 왔다.
한·일 양국은 미국도 '상징적 기여'에 걸맞은 최하 10억달러 이상은 부담하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해 왔다. 그러나 책임있는 미국 정부당국자의 '경수로비용은 한푼도 낼수 없다'는 거부표시에는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경수로공사는 북한 금호지구에서 부지공사가 착공됨으로써 한·미·일 3국의 비용분담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돼야할 시점에 와 있다. 더욱이 경수로공사는 당초 30억달러로 추산했던 것이그동안의 여건변화로 지금은 6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어 사업비 조달을 위한 대책회의가시급히 열려야할 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등을 돌리고 있고, 일본은 당초 약속했던 10억달러수준을 고수하고 있어 경수로사업 자체가 돈때문에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북한 경수로사업은 제네바 핵합의와 연계된 사업으로 이는 세계경찰국가인 미국의 세계평화전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업이다. 이런 거대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실질적 주도를 하고있는 미국이 한푼도 내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반 사회에서도 사회사업이나 봉사활동을 할땐 주창하는 사람이 몫돈을 내놓고 주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것이 관례이고 관행이다. 미국이 돈 안내는 것이 '상징적 기여'라는 판단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모든 면에서 매너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수로사업에 관한 매너를 주시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