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도 예산안 증가율 14년만에 최저

내년도 예산안은 다소의 편법이 동원되기는 했으나 세수감소를 의식, 최대한 긴축편성하겠다는정부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증가율 5.8%%는 지난 84년의 5.3%%이후 14년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2조2천억원을 절감한 금년도 실행예산 69조2천억원에 비해서도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9%%수준으로 두자리수를 넘지 않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들어 예산증가율이 한자리수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일반회계의 예산증가율은 4.1%% 수준에 그치고있다.정부가 이처럼 내년도 예산을 긴축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경기침체로 내년에 세수증가율이4%%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정부가 세입내 세출이라는 이른바 균형예산 편성 기조를계속 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6%%대로 편성하려던 내년도 예산증가율이 이처럼 줄어들 수 있게 된것은 정부의긴축의지와 함께 예산편성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에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에 5천억원을 출자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산업은행출자로 전환했으며 그 대신 정부가 산업은행에 5천억원의 국채를 현물로 출자하기로 했다.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에 증자의 효과를 안겨주면서도 정부는 예산규모를 줄일 수 있는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42조원에 달하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내년에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정치권의 요구와 관련, 내년에 7조8천억원에 달하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예산을 계획대로투입하되 다른 분야에서 농어촌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즉, 추곡수매를 하면서 농협의 수매량을 늘려 정부가 시가와 수매가와의 차액만을 보전토록 함으로써 3천여억원의 예산을 삭감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편법을 통해 6.5%%를 훨씬 초과하게 될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6%%이내로 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수준에 그치고 있는 내년도 방위비증가율도 문민정부들어 가장 낮은 것은 물론 지난 84년의0.9%%이래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동해안 잠수함 침투사건 등으로 금년도 방위비 증가율을 문민정부들어 가장 높은12.7%%로 정했으나 이를 내년에는 절반이하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방위비증가율을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인 4%% 수준으로 묶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안보여건을 고려해 5%%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편성하라는 지시를함에 따라 이같이 상향조정됐다.

경직성 경비의 핵심을 이루며 정부 출연기관 및 일반기업 급여인상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공무원 인건비 증가율은 금년의 5.7%%보다 낮은 3%%로 묶어 긴축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이같은 인건비증가율은 지난 93년의 1.5%%보다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대폭 인상요구를 잠재웠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이 완전한 긴축기조를 유지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요구에 굴복한 부분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경우 재경원은 당초 경쟁력과 관계없는 불요불급한 투자는 줄여나간다는원칙을 정했으나 대통령 공약사업은 계획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수 없었다.

교육부문도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채 62조원 교육투자계획을 원안대로 반영했으며 이를뒷받침하기 위해 교육세 탄력세율을 인상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채를 늘리기로 하는 등 국민들의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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