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주며 안아주며 함께한 고통" 10년째 등산 가이드와 등반대장으로 일해오면서 4백여회에 걸쳐 다녀온 안내산행을 되돌아보면수많은 에피소드와 사연들이 떠오른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힘들어 하고 지루해 하는 회원들에게 재미있었던 경험담으로 이들을 위로해주곤 했다.
단골 메뉴중 하나가 여자를 안고 내려오는 것과 업고 내려오는 것중 어느 방법이 힘이 덜들까라는 질문이다. 사람과 코스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업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안고 내려오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들고 편했던 것 같다.
6년전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던 10월 중순 지리산 피아골에서의 일이다. 5부능선에서 10부능선까지 80여명의 회원을 인솔해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일행중 아가씨 한명이 발이 아프다며 뒤처졌다.피아골산장 뒤편에서 낙오한 아가씨는 걸을 수가 없다며 도움을 부탁했다.
억지로라도 걸려서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이라 업고 내려가기로 결정했다.아기를 업어본 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겠지만 업다보면 처음에는 힘이 별로 들지 않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팔이 처지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워진다. 그런데 몸무게가 50kg에 육박하는성인을 평지도 아닌 험한 산길에서 업었다고 생각해보라.
처음에는 묘한 기분을 만끽했지만 1백m가 넘어서면서 기쁨은 여지없이 고통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힘들어서 못 업겠다고 발뺌할 수도 없었다. 뒤로 업은 손과 팔이 자꾸만 처지는 것을 고정시키려고 자일로 양손을 묶어 봤지만 허사였다.
여기서 생각한 것이 안고 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업고 가는 것보다 힘이 훨씬덜 들었다. 피아골산장에서 연곡사까지 9km를 업는 것과 안는 것을 반복하며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그런데 다음날 걱정이 돼 아가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하루전 업혀 내려온 사람 답지않게 멀쩡한 모습이었다.
병원은 다녀왔느냐고 묻자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 발바닥에 물집이 조금 생겼어요〈산정산악회 등반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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