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홀로남은 동생의 슬픔

"형아야! 나는 어떡하라고…" 19일 오후 2시 달서구 상인동 보훈병원 영안실. 울다 지친 소년이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전날 밤 열다섯살 어린 나이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세상을등진 진윤이(15)의 동생 진범이(13.가명.ㄷ중1년). 부모가 떠난 빈자리를 더 큰 우애로 채워주던형이 자신을 놔둔채 하늘나라로 떠난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듯 형을 애타게 불러댔다."힘든 일이 있으면 나랑 얘기하면 됐을텐데….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해놓고서말도 없이 혼자 떠나버리면 나는 이제 누구랑 살란 말이야"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고 꼬박꼬박 숙제 검사를 해주던 형의 죽음. 진범이에겐 아빠의 죽음이나 엄마의 가출보다도 더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덮쳐와 있었다.

진범이 형제에게 불행이 시작된 것은 7년전.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것이었다. 그러나 식당을 운영하던 엄마가 알뜰히 보살펴줘 그런대로 따스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설상가상, 엄마마저 빚에 쪼들려 작년 11월 자취를 감췄다. 그 뒤에도 엄마는 숨어서나마 아들 형제를걱정해 줘 그래도 믿음이 됐다.

엄마 떠난 가정에서 이젠 형이 의젓이 가장 노릇을 했다. 이웃 주민 박씨(35)는 "식사나 옷가지를챙겨주는 것은 물론 아침마다 동생을 자전거로 학교 앞까지 태워다 주는 등 진윤이의 동생 챙기기는 각별했다"고 말했다. 담임조차 입학 두달만에야 진범이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았을 정도라는 것.

이런 진윤이 집을 쑥밭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던가? 천지 모르는 어린애를 닦달했다는 빚쟁이의짓이던가, 아니면 처음 맞는 외로운 추석 소슬한 바람이었던가?

영안실에는 몇년 동안 소식 끊겼다가 경찰 연락을 받고 뒤늦게 큰아버지와 고모, 숙모등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진범이를 책임지고 맡겠노라 나서기도 쉽잖은 일. 가족회의만 거듭되고 있었다.

2백만원의 임대아파트 보증금마저 엄마 채권자들에게 압류당해 곧 집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조차모르는 진범이. 연락조차 되지 않는 엄마를 밤새 기다리던 진범이는 20일 오전 형과의 마지막 이별을 위해 화장장으로 향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