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대표 개헌불가 선회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22일 권력구조개편론을 하루만에 거둬들임에 따라 정치권의 개헌논의는 당분간 소강국면이 불가피해졌다. 전날"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며 개헌논의의 물꼬를 텄던 그는 이날 오전"정략적 차원의개헌논의는 구시대 정치의 전형이자 야합이며 이번 대선은 대통령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치를 것"이라며 개헌불가를 선언했다.

이대표가 집권후 개헌논의 가능성을 밝히긴 했지만 이날 선언으로 이대표가 주도하는 보수대연합이나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공약 등은 물건너간 것이다. 또 전-노 두전직대통령의 사면파문에이은 개헌논란은 이대표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상처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에서는'이대표가 추진하는 일은 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번지면서 이대표의 정치력 부재로 곧바로 이어지고있다. 그러나 이대표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다시 보수대연합이나 개헌논의를 재개한다면그 시점은 이대표의 지지율이 회복불능이라고 판단돼 여권의 독자적인 대선승리가 무망한 최악의상황이 될 공산이 높다. 뒤집어 말하면 권력구조를 둘러싼 정파간 연대구상은 향후 대선정국에서이대표가 배제된 상태에서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정치상황은 개헌논란이 다시제기될 정도로 유동적이다.

결국 이대표가 홀로서기로 급선회한 것은 청와대와 민주계 및 초선의원 등 당내외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것이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탈당후유증이 예고돼있는 상태에서 자민련과의 보수대연합 추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권력구조개편 논란을 방치했다가는 민주계의 집단탈당 사태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당내 역풍은 거셌다.

당장 30여명의 초선의원들이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당내일각에서 논의되는 과거회귀적 보수대연합은 미래지향적 정치구조를 희구하는 국민의 열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대표의 정체성을문제삼았고"권력구조개편 문제 등 당내 주요사항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비춰당내 공론화과정을 거쳐야할 것"이라며 보수대연합 추진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또 김덕룡(金德龍)의원 뿐 아니라 박관용(朴寬用), 김정수(金正秀)의원 등 민주계중진들도 23일 첫모임을 가진'중진협의회'에서 보수대연합 추진을 둘러싼 당의 보수회귀 움직임을 비판하고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또 임기내 개헌불가 입장을 갖고 있던 청와대측의 강력한 제동도 이대표의 원점회귀에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은 "정략적인 개헌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이대표측의 개헌논의에 대해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이 추진하던 보수대연합의 대상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도 "과연 지금이 보수대연합이 가능한 상황이냐"며 여권과의 연대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10월정국 상황에 맞춰 결단을 내리게될 것"이라며 마지막 가능성을 버리지는 않았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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