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사랑의 소리, 여기는 경북대학교 교육방송국입니다. K.N.U.B.S.
낮 방송 3분전. 어수선하던 방송실에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코감기에 걸려 걱정인 아나운서 명진이(경영 2)는 오프닝 멘트를 반복해 읽으며 목소리 가다듬기에 바쁘다.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MD 성우(전자전기 2)는 방송할 곡을 다시 정리하고 엔지니어 진욱이(토목 1)는 기기 조정에 정신이 없다. PD 중경이(경영 2)는 큐사인을 넣는 순간까지멘트를 수정하느라 피를 말리고 있다.
TV과외로 대입을 준비했고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라디오를 들으며 숨죽여 웃던기억을 갖고 있는 신세대들이 선망하는 방송인. 대학 방송국원들은 방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너무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오전 7시30분 아침 조회, 하루 세차례 정규 방송과 음악감상실 방송 등을 준비하다보면 별 보고귀가하기가 일쑤인 탓에 힘들다 는 말에 강세가 들어간다. 방학도 예외는 아니다. 수습국원 실무교육, 강평회, 가을축전 준비 등 강행군이 계속된다.
"달아오른 캠퍼스를 아무리 뒤져도 취재거리가 없어 진땀을 무지 흘렸죠"
보도부 진호(동양어문 1)가 회상하는 지난 여름도 끔찍하긴 마찬가지. 복지관 부실공사 취재과정에서 관계자들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던 기억도 잊지 못한다.
방송의 쓴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탓일까. 장래희망으로 방송인을 꿈꾸는 국원이 의외로 적다.방송국에 들어와 보고 자신의 꿈을 접는 이도 더러 있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 입에 밴 엄살만은아닌 듯하다. 하지만 오랜 풀무질 끝에 순금이 만들어지듯 반복되는 훈련과 어려움속에 연륜도쌓이는 모양이다.
"맨첨에는 대입 시험 칠 때보다 더 떨렸죠. 실수를 계속해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 때가 한두번이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PD 중경이는 그래도 2년간 방송국 밥을 먹어서인지 큐사인을 넣는 폼에 여유가 배어있다.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우스개처럼 대학 1~3학년생들 중에도 세대차는 존재한다. 이를 가장뼈저리게 느끼는 방송국 최고참 김태종 실무국장(신문방송 3).
"방송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지원했던 새내기들이 많아서인지 힘든 현실을 접하면 이를 악물고견디기보다 쉽게 포기해버리고 말지요"
올해만 해도 2대 1의 경쟁을 뚫고 21명의 수습국원이 들어왔지만 벌써 4명이 포기했다. 그 이유도 구세대(?)인 김국장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야단을 많이 쳐서, 그냥힘들어서. 선배가 매를 드는 일도 드물지 않았던 몇년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시대의 변화때문일까. 방송도 80년대 후반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시위·집회 소식대신 취업정보가 흘러나오고 민중가요가 사라진 자리는 H.O.T 같은 인기가수들의 대중가요가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답하는 것이 방송인만큼 옛일을 추억하기보다 한걸음 새롭게 전진하는 일이 더 소중한 것을 알고 있는 K.N.U.B.S. 식구들. 인간적인 끈끈함이 사라지고 있는 대학사회, 넉넉지 않은 형편속에서도 인터넷 방송을 계획하는 등 새로운 교내 방송국으로 태어나기위해 오늘도 스탠바이-큐 를 외친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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