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육중한 후보는 어디에

"최창국 정치2부장"

석달도 채 안 남긴 대통령선거를 놓고 요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TV토론쪽인 것 같다. 결과를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믿자니 켕기는 것은 여론조사 쪽이고, TV토론은 한 술 더 떠 그 다음날로 온갖 평가가 나오니 이래저래 각 후보 진영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데는 이 둘을 따를 것이 없다.

하지만 자나 깨나 이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선 여론조사 관계자들에게 좀 색다른 주문을 하나 했으면 싶다.

우선 조사 대상자들에게 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조사에 응했는지 여부와 자신들의 대답에 대한솔직성을 다시 묻는 문항을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거지반 전국을 대상으로 1천여명 안팎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전화조사가 보편적인데 우선담담한 심리상태에서 확신을 갖고 대답하는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부터 짚고 넘어갈 일이다.

휴일을 맞아 마누라들의 강짜를 각오하고라도 늦잠을 즐기려는 도시의 샐러리맨들을 숨 넘어가는듯한 전화 벨소리로 강제로 깨워놓고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었을때 나오는 대답을 곧이 곧대로 기록하는 일은 없는지, 대부분의 질문자들이 앳된 목소리의 여성이란 점을 감안하면 선량한 한국의 남편들을 마누라앞에서 한때나마 '피의자'로 만들어 놓고 대답을 듣지는 않는지 두루 참작할 일이다. 또 명분과 감정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대답과 실제 찍을 후보를 분리해 놓고 있는 유권자들의 지역성은 충분히 고려됐는지도 참작돼야 할 대상이다.이런저런 이유를 다 제외하고라도 무조건 어긋나게 대꾸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묘한 심리는 어느정도 감안됐는지, 따지려고 들면 끝도 없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나 3분의 1이상은 나타나고 있는 '잘 모르겠다'의 대답군은 왜 그냥 넘어가는지 나름대로 분석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을 우습게 하는 일은 불과 몇%%의 차이를 놓고 다 된 것처럼 짐짓 표정관리에들어간 후보도 있고 일거에 이를 뒤집기 위해 충분한 당내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국가의 권력구조를 놓고 마치 빈대떡 뒤집 듯 며칠새 이러저리 엎어 놓고 있는 후보들이다. 하지만 피곤하고 따분한 유권자들을 더욱 웃기는 일은 TV 몫이다.

토론회에서 이왕 따지려고 작정했으면 제대로 따지든지 아니면 덕담위주로 나가든지 양단간에 하나를 취해야지 결과적으로 식언(食言)할 기회만 한차례 더 제공하는 일이 유권자들의 후보판단에무슨 도움이 될까.

그래서 내놓은 것이 TV의 부드러운 프로그램인가 보다. 남자들이 TV앞에 있을수 있는 시간대가아닌 걸 보면 여성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듯 하나 후보들을 식당종업원으로 분장, 앞치마 두르고 식사 배달을 시키고 남대문시장의 옷장사를 시키는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실로 난해하다.소반위의 자질구레한 그릇들을 깨지 않고 빨리 배달하거나 걸찍한 고함소리로 옷장사 매상을 많이 올리면 상금을 주겠다는 뜻인지…. 서민들의 애환을 같이 호흡시키겠다는 의도라면 왜 하필식당종업원이나 옷장사뿐인가. 고민많은 이땅의 청소년들과 하루라도 좋으니 그들과 함께 하는제스추어는 어려워서 못하는지.

여성들로 방향(芳香)이 가득한 스튜디오에 후보내외를 불러놓고 후보에게 애송시를 읊조리게 하고 또 짐짓 소리를 가다듬어 외어 내려가는 후보의 모습은 보기에 역겹다.

아직은 아랫배속에 웅장한 치국(治國)의 방략(方略)을 묻어 놓고 흔들림없이 때를 기다리는 육중한 후보들을 유권자들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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