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성백씨 '꿈꾸는 자갈' 시집발간

"불치병 투병"

대구시립 희망원에서 요양중인 진성백씨(35)가 23일 시집발간 행사를 가졌다. '꿈꾸는 자갈'.학력이라곤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 진씨는 고향 경남 의령에서 농사 짓던 부모 밑에서 누나 여동생 등과 가난하지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8세때 갑자기 찾아온 이상한 병. 전신의 힘이 빠지는 '근육 디스트로피'. 엎친데 덮친격.이때 아버지마저 여의었다.

어머니 혼자 꾸려가는 살림. 병은 서서히 악화됐고 18세가 되던 해 걷는 것이 불가능해졌다."앞이 캄캄했죠. 이대로 집에 있어서는 폐만 끼치겠다 싶어 요양시설을 찾아 떠났습니다. 대전 '성세재활원', 서울 '사랑의 집'에서 도장 파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 덕분에 84년에는 한때 대구에서 도장 가게를 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겨우 2년. 돌봐주던 어머니가 별세했기 때문이었다. '희망원'으로 들어왔다.

못걷는 사람에겐 걷는 것이 가장 큰 소원. 김마르코 수녀가 그 일을 해 줬다. 휠체어를 사 준 것."뭘로 감사를 표시할까?" 할 수 있는 것은 '도장'파기 뿐.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리라 생각했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은 시(詩).

밤을 새면서 맞춤법공부를 시작했고 책도 읽었다. 첫 작품은 '촛불'. 자신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이 수녀님의 희생정신과 닮은 것 같았다.

꾸준히 시를 쓴 끝에 진씨는 한국장애인문인협회 정회원이 됐고 꿈에 그리던 시집까지 펴냈다."별 것 아닌 작품을 갖고 호들갑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도 모르는 불치병 환자도 하겠다고 결심하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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