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맛에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박정원씨(35.조류학박사)는 현미경 카메라로 찍은 담수조류(淡水藻類) 사진을 내보이며 웃었다. 사진에는 띠 모양, 계란 모양, 나뭇가지 모양등 갖가지 모양의 담수조류가 알록달록한 색깔을 띤 채초현실주의적인 예술작품처럼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거의 구분이 불가능해보였으나 현미경 사진에 나타난 담수조류는 종류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박씨는 이 모습이 아름답지 않으냐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조류의 현미경 사진을 지겹도록 많이 보았을 터인데도그는 여전히 열광하는 정열을 지니고 있었다.
늦더위 기운이 느껴지는 지난달 하순 담수조류팀은 문경새재 1관문과 2관문을 잇는 개천을 거슬러 오르며 담수조류를 살폈다. 그냥 마셔도 될만큼 투명하고 깨끗한 물 속에 부착조류와 플랑크톤이 하늘하늘 춤을 추듯 서식하고 있었다. 죽어있는 플랑크톤도 눈에 띈다. 죽은 플랑크톤은 갈색으로 변해 해양조류인 갈조류와 비슷한 색깔이나 몸체는 먼지가 뭉쳐진 것처럼 부서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이다. 이처럼 맑은 물에서 왜 죽을까하고 의문을 가져보지만 물의 맑기와는 상관없이수명이 다해 죽은 것이다. 담수조류의 생명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년이상에 그친다.녹조류가 많이 보인다. 녹색을 띠고 있는 이 조류는 담수조류중 우리나라 하천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종류이기도 하다. 그 놈이 그놈같을 정도로 구분이 안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는 실 모양, 나뭇가지 모양등 여러 형태로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어 어느 정도는 구별이 가능하다. 그러나담수조류의 경우 현장에서 바로 어떤 종류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1차 채집을 한뒤 현미경으로다시 살펴보아야 정확한 동정(同定:생물의 종.속을 밝히는 행위)이 가능하다. 이는 곤충의 유충도마찬가지이다.
박씨더러 누군가 녹조류인 테트라스포라 (사포자말)를 보고 해캄이 아니냐고 묻는다. 이를 두고박씨는 녹조류가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비슷하게 보여 그 종류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해캄으로 통칭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웃는다. 5cm이하의 작은 물고기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종류를 잘 몰라 피라미 로 통칭하여 부르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조류는 크게 해양조류와 담수조류로 나뉘며 담수조류는 다시 부착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나뉜다. 부착조류는 뿌리를 박고 고정해 사는 것이고 플랑크톤은 이리저리 떠다니며 사는 종류들이다. 물이 고여 있거나 흐름이 더딘 곳에 많이 서식하며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살기 힘들다. 담수조류는 모두 수만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정도로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는지 종합적인 실태 파악이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조류는 또 색상이나 표면 성분등 자체 특징에 따라 녹조류, 남조류, 담수홍조류, 담수갈조류, 와편모조류, 규조류, 기조류등으로 나뉜다. 녹조류와 남조류등은 조류의 색으로 구분한 것이다. 와편모조류는 털이 달려 있어 이를 이동 수단으로 삼는다.
규조류는 조류 표피가 규산질의 딱딱한 표면으로 된 것을 말하고 기조류는 물속이 아닌 나무에붙어서 공기중 습기를 흡수해 살아나가는 종류들이다. 이끼는 조류로 착각하기 쉬우나 식물로 분류된다.
테트라스포라(Tetraspora)는 씨앗 4개가 뭉쳐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사포자말 로 불리기도 한다.사포자말은 부착조류로 물 속에서 자리를 잡고 산다. 염주알처럼 생긴 염주말(Nostoc), 드라파르날디아(Draparnaldia), 토리포트릭스(Tolypothrix)등도 같은 형태로 살아가는 조류들이다.남조류인 흔들말(Oscillatoria), 시누라(Synura), 녹조류인 반달말(Closterium), 팔장구말(Staurastrum), 네트리움(Netrium), 게미넬라(Geminella), 프레우로타에니움(Pleurotaenium)등도 보인다. 이들은 모두 물의 흐름에 떠밀려 살아가는 부유조류들이다.
시누라는 꽃모양으로 생겼으며 2개의 편모가 나 있어 이를 이용, 이동하는 황색편모조류이기도하다. 반달말과 팔장구말은 이름 그대로 반달모양과 장구모양을 하고 있다.
조류를 나타내는 용어는 모두 라틴어. 일부 생긴 모양에 따라 우리 말로 불리는 것들도 있으나대다수는 라틴어를 쓴다. 라틴어를 쓰는 이유는 이 언어가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죽은 언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낱말의 의미가 변질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조류는 엽록체로 햇볕을 이용한 광합성 작용을 해 에너지원인 단백질을 만들어 살아나간다. 이과정에서 아미노산 합성에 필요한 질소를 얻기 위해 물속이나 공기중 질소를 체내로 그대로 흡수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공기중 질소를 고정시킨뒤 흡수하는 유형이 있다. 이를 질소 고정 이라 하는데 토리포트릭스,노스톡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씨는 조류는 다른 생물분야에 비해 연구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 상태 라며 체계화된 조류도감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 전국의 조류 서식 현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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