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라면 뉴욕은 세계의 수도로 통한다. 지구촌의 평화와 안전을책임지는 유엔본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섬의 동서방향으로 이스트강과 1번 애비뉴 사이에 위치한 유엔본부는 지금이 1년중가장 바쁜 때다. 전세계 1백85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달 16일 개막, 오는 12월까지 계속되는 제52차 유엔총회장을 들락거리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과 세계 각국에서 급파된 특파원들은 유엔대변인의 일일 정례브리핑등을 통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확대 개편문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있다.
이번 유엔 총회는 명실상부한 세계평화유지기구로 지난 45년 창설된 이후 52년의 세월동안 곪을대로 곪은 유엔에 개혁의 '메스'를 대는데 관심의 초점이 몰리고 있다.
유엔에는 1백85개 회원국과 1만명의 사무국 직원을 거느린 최고책임자인 사무총장이 버젓이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돈줄을 거머쥔 강대국들에 의해 좌지우지돼 온게 사실이다.특히 거부권을 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독주는 유엔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성토의 대상이었다. 지난 29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유종하 외무장관은 일본과 독일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에 따른 안보리 거부권 확대를 반대하며 "지금까지 안보리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보리의 배타성은 주요 결정사항이 일반 회원국이나 기자의 출입이 금지된 비공식회의실에서 결정된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아무런 공식기록이나 녹음도 남기지 않는 비공식회의에서는 상임이사국들의 힘겨루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격한 논쟁과 거친 표현도 오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임이사국의 비위를 거스른 사무총장들은 어김없이 자리에서 쫓겨났다. 유엔개혁문제를 놓고 미국정부와 갈등을 벌이다 결국 재선에 실패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이 그 대표적인 예.미국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지난 1월 선출된 코피 아난 현 총장도 그동안 유엔 개혁에 대한 미국측의 압력을 받아왔다. 비대한 조직 체계와 비효율적인 업무 추진으로 지탄을 받아온 유엔의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그는 유엔본부 직원을 1천명 감축하고 유사기구를 통폐합하는 등의내용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총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로 중병을 앓고 있는 유엔을 구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물론 이번 개혁안에 만족한 미국이 13억달러의 체납금을 납부, 유엔의 만성적자 현상이 호전될수도 있지만, 유엔의 개혁은 아난 총장 한사람의 의지보다 강대국들의 이해에 달렸다는 점에서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21세기를 앞두고 '흔들리는 평화의 조정자' 유엔이 올바른 자화상을 그려낼 수 있을지, 전세계가우려와 기대속에 주시하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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