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후보 위천해법 엉거주춤

최근 여야 각정당의 대선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과 낙동강수질개선 문제를 거론했다. 이번 선거의 승패가 영남권 표의 향배에 달려 있다는 전망 때문인지 TV토론이든당 자체행사든 앞을 다투어 이 지역을 다녀가면서 이 문제를 한 번씩은 짚고 넘어갔다. 하지만여야 구분없이 누구 하나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단지조성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면 조순(趙淳)민주당총재는 수질개선 우선이라는 자세를 취했다.

김총재는 29일 창원지역 토론회에서"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약속했고 대구시민이 원하는 사안이므로 위천단지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류사람들의 수질걱정을 덜기 위해 정화시설을 철저히할 것"이라고 위천단지 조성을 강조했다.

반면 조총재는 이날 부산토론회에서 "깨끗한 물 확보는 1차적 과제로 자치단체의 문제가 아니라국가적 문제"라며 "공단을 조성하더라도 공업폐수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고말했다. 그 외의 인사들은 아직 결론 도출 단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특히 야권의 후보들은 "내가 집권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기적으로는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가 가장 빨리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총재는 30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총재 취임후당정협의를 거쳐 대구·부산 두 지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고"나는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이회창총재가 "한 쪽이 해를 입거나 균형이 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도 "양 쪽이다 납득하는 해결방안을 내놓겠다"고 했고 이인제(李仁濟)전경기도지사도 역시"한 쪽의 희망대로풀어 나가기 어려운 만큼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며 "협의체를 만들어 더논의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같은 각 후보들의 약속이 지켜질것으로 보는 지역민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여당의 거듭된 확인과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의 대표들까지 줄줄이 내려와 했던 약속이 물거품이 돼 버린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또한 첨예한 감정대립 양상마저 보이는 대구와 부산 뿐만 아니라 상수원수질보호특별법 제정을둘러싸고 벌어지는 대구와 경북의 이견, 그리고 부산 식수전용댐 건설을 놓고 벌이는 부산과 경남의 갈등이라는 측면도 결론 도출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즉 대구, 부산의 의견접근이 이뤄지더라도 경북, 경남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때는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각 정당의 정책실무 관계자들의"사실 한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일"이라는 한결같은 고민토로는 위천문제의 높은 난이도를 짐작케 한다. 따라서 여야 후보들의 위천문제에 대한 견해는 선거철을 앞두고 나오는 그야말로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만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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