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벌써부터 직장은 필수, 결혼은 선택 을 외치고 있으며, 현모양처를 지향하던 보통주부 들도 자녀과외비를 대거나 노후를 위해 일자리로 나서고 있다. 어른 대접을 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던 55세 이상 고령 여성들도 형편이 뻔한 자녀들에게 기대기보다 용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제 여성들에게 일자리는 가정과 병립시킬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화두 로 떠올랐지만 막상노동력의 여성화 와 여권과는 어떤 함수관계를 지닐까.
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2·4분기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15세 이상 경제활동 가능인구 1천7백83만명 가운데 51%%인 9백2만명이 각종 정규·비정규직 일터에 다니고 있다.목사의 아내인 A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파출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딸의레슨비를 대기위해 한달에 50만원이라도 벌어야겠다는 각오를 진작부터 한터였다.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표를 받는 주부사원들은 하루 8시간씩 근무를 하고 나면 자동차가 내뿜는아황산가스때문에 퇴근하면 머리가 띵하다. 그래도 의료보험조차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수 있다고 이웃집 여자들은 부러워한다. 일자리를 얻으려는 주부들이 줄서있는데 불평할 수도 없다. 신분 보장이 안돼 언제든지 교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들 과외비라도 벌어보려고 밤깎이에 나선 한 신참내기 취업주부의 손은 일주일만에 온통 물집으로 뒤덮여, 설거지를 할때마다 아려온다. 그래도 아픈 허리를 꼬아가며 밤깎이하는 주부들이 한둘이 아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지난 63년 37%%에서 80년 42%%, 90년 47%%, 94년 48%%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0년 73.5%%에서 94년 76.4%%로 약 3%%포인트 증가한것보다 무려 4배반에 이르는 14%%포인트나 급성장한 것이다. 다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북비산로터리에 자리잡고 있는 디딤어린이집에는 24시간 탁아되는 아이들이 있다. 먹고 살기위해엄마 아빠가 같이 돈벌이에 나간 부모들을 대신하여 비영리 민간어린이집에서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여기에 맡겨진 아이들은 바뀐 잠자리에 적응하는데 한달이상 울고 보챈다. 그러다가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의 얼굴도 알게 되면 그나마 울지는 않지만….
이 어린이집에는 오후 5~6시면 부모의 손에 이끌려오는 어린이들도 있다. 한 어린이는 엄마가 오후 6시부터 통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해질녘에 어린이집으로 와서 자정을 꼬박 넘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60년대 한국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일터로 나갈때만해도 15세에서 24세까지 어린나이에 교육받지못한 농촌이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생계 수단으로 일자리를 구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에는가장의 고용불안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 때문에 전업주부·고령여성층의 취업 참여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시간제 근로, 계약직, 임시직,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정규직 직원과 똑같이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절반 이상에도 못미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이다.
기업들이 제비용을 다주어야하는 정규직 남성인력을 줄이는 대신 값싼 여성인력으로 불황을 이겨나가려는 관행과 맞물려, 여성인력들의 희생이 강요되는 것이다.
계명대를 졸업하고 학습지교사로 일하는 최모양은 매일 밤 10시가 넘어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향한다. 취업이 되지않아 궁여지책으로 나선 학습지교사지만 요즘 각종 과외로 바쁜 어린이들이밤8시나 9시가 돼야 틈이 난다는 통에 야밤에 과외를 하러 다니는 것이다. 조금만 더벌면 작은액세서리 가게라도 차리는게 최양의 꿈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최강식 동향실장은 올들어 전업주부 등이 노동시장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은가장의 실직 또는 고용불안으로 인해 가계 소득을 보전해야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 이라고설명했다.
대구효성가톨릭대 남인숙교수(여성학)는 한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노동시장에 있으나 주로 저소득층이라 사회에 영향력이 적다 며 점차 전문·기술·행정관리직·사무직의 비중을 높여나가야한고 밝힌다.
이제 여성들의 인력개발과 활용을 국가 장기계획에 포함시키는 일은 불가피하다는 남교수는 사랑받는 아내 자리를 포기하고 사랑과 일을 나누는 아내 상을 그려가야하며, 사회에서도 여성인력들이 정당하게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한다고 강조한다.〈崔美和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