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에 몰린 이인제

9·30 신한국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 총재에게 2위자리를 위협받고 있는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의 분위기가 심각하다. 겉으로는 애써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면서도"여권의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들을까도 우려하고 있다. 이전지사 캠프 내부에서는"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같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결국 이전지사도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집권을 막기 위해 신한국당에다시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어 이전지사를 더욱 당혹케 한다. 그러나 이전지사측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온갖 욕을 먹으면서 경선불복-독자출마-신당창당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발길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묘혈(墓穴)을 파는 행위로 보고 있다.이전지사는 때문에 신당 창당작업을 가시화하고 중량급인사 영입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뜬소문을 잠재우고 내부결속을 기할 수 있는 동시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7일부산 창당발기인 대회, 13일 대구 창당준비위 발족식, 18일~29일 사이의 동시다발적 전국 지구당창당대회, 30일 서울 중앙당 창당대회 등의 릴레이식 일정을 잡아 놓은 것도 10월 한달을 이인제신당 붐조성을 위함이다.

이전지사측은 창당을 위한 행사가 잇따르고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 주춤한 지지율도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신한국당의 일부가 합류하게 되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록 김학원(金學元) 원유철(元裕哲)의원 등 측근인사들의 불합류 선언이 있었지만 아직 민주계의 대표격인 서석재(徐錫宰)의원과 김운환의원 합류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박찬종(朴燦鍾)신한국당고문까지 가세할 경우 김대중총재와 상대할 수 있는 여권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나 전망들은 모두 이전지사측의 주체적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한국당의 기류 등 외부의 변수들에 의한 것들이어서 지극히 유동적이다.

따라서 이전지사측은 특단의 돌파구를 모색중이다.

바로 조순(趙淳)민주당총재와의 연대다. 이전지사측은 조총재와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이회창총재의 세력을 급격하게 약화시킬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이번 대선구도는 이-조연대와 김대중총재의양자 대결구도로 몰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총재측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총재의 한 측근은 3일"최근 양 진영은 서로 공방을 자제하고 있는데 주목할필요가 있다"며"자칫 둘 다 죽는 꼴이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귀뜀했다.두 캠프에서 나오는 구호도 유사한 점이 많다. 젊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인 이전지사측도 3김청산을 앞에 놓고 세대교체를 뒤로 배치했다. 이전지사측의 한 인사는 이를 두고"조총재측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며"두 진영의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누구를 얼굴로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전지사측은 때문에 조총재의 측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신당 창당을 위한 독자행보에다영입작업 그리고 조총재와의 연대를 위한 물밑 접촉 등 이전지사는 10월 한 달을 운명을 판가름하는 승부시기로 보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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