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경수로공사장의 김정일 사진

북한 신포 금호지구에서 경수로를 건설하기 위해 기초작업을 하던 우리 근로자들이 김정일의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북한당국은 관련자 색출과 우리측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우리 근로자숙소를 봉쇄하는 한편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켜 며칠째 작업이 중단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 근로자 숙소에서 김정일의 초상이 게재된 노동신문이 찢어진 상태로 휴지통에서 발견된 것이 북한측 청소인부에게 발견, 상부로 보고되자 북한당국은 지도부의 중대한 모독행위라고 주장하며 일을 크게 벌이고 있다. 한번 읽고나면 쓰레기나 다름없는 신문 한장이 우리근로자들의 발을 묶고 나아가 허가받은 통행지역내의 통행까지도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식으로 북측이 위협하고 있어 우리 근로자들은 심리적 위축내지 신변의 불안감을 떨쳐 버릴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에선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나 초상이 실린 출판물을 훼손하면 노동당이 마련한 별도 지침에의거 정치범 취급을 받게 되지만 세계 어느나라도 그런 관행에 익숙한 나라는 없다. 따라서 우리측은 폐신문의 사후관리관행을 설명하고 북한의 얼토당토않은 요구는 건설인력의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 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실을 들어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신포지구 현장에는 우리측 요원 1백여명과 북측근로자 30여명이 작업을 하고있다. 경수로 건설공사는 2004년 2기공사 완료때까지 연인원 1천만명, 1일 최대 7천명이 동원되어야 하는 큰 공사다.그런데 이런 민족의 대역사가 이뤄지는 서두에 김정일의 사진이 실린 찢어진 신문 한장이 경수로공사 자체를 차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특히 경수로공사에 소요되는 50억~60억달러의 상당한 부분을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실정인데 돈한푼 내지못하는 북한이 북한지역에 빛 밝혀줄 경수로공사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은 도대체이해가 되지않는다.

북한이 KEDO와 체결한 영사보호및 특권면제의정서에도 건설인력은 외교관에 준하는 면책특권을부여받고 있으며 경수로 부지내에서는 살인등 흉악범죄에 한해서만 북한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있도록 되어있다.

북한의 이번 억지주장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측은 자기네 관행을 앞세우기전에타인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정부는 항의하는 뜻으로 방북조사단의 파견을보류하는등 강경자세로 맞서고 있다. 폐신문 한장의 파동이 원만히 수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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