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말·글 소중함 되새기기

말과 글은 쓰는 이의 생각과 얼을 담고 있다. 국적없는 말과 글이 판치는 요즘 우리 말과 글을올바르고도 아름답게 쓰는 일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올해는 세종대왕 탄신 6백주년이자 오는 9일은 5백51돌 한글날. 한글창제 당시의 역사와 의미를되새겨 보는 책과 글을 잘 쓰고 말을 바르게 하기위해 알아야 할 것을 안내하는 책이 쏟아지고있다.

한글창제의 대업을 이룬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소설 훈민정음'(이찬우 지음, 가람기획 펴냄)과한글로 엮어진 최초의 책 '역사로 읽는 용비어천가'(김성칠.김기협 옮김, 들녘 펴냄)는 한글의 소중함과 우리의 주체의식을 담았다.

'소설 훈민정음'은 세종의 일대기와 문자혁명을 이루는 과정이 전개된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과정이나 그후 반대파를 물리친 이야기는 사료에 없는 작가의 허구지만 세종의 의중과 고뇌를 잘 묘사하고 있어 읽는 재미와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세종대왕의 탄생에서부터 형이었던 양녕대군을 제치고 등극하기까지의 과정, 왕위에 오른 후의업적, 두 차례에 걸친 세자빈의 폐출, 대왕 자신과 왕실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 세종시대의 명신들, 세종의 승하 후 단종의 최후에 이르기까지의 비극이 흥미진진하다.

소설속에서 세종대왕은 문자연구에 몰두하다 안질과 풍진에 걸리는 고초를 겪기도 하고 사대주의에 빠진 신료들의 반대에 부닥친다. 그러나 백성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저돌적인 추진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조선 개국과정을 웅대한 서사시로 읊고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로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해설한 '역사로 읽는 용비어천가'는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역사관과 세계관을 담은 고전 교양서.작고한 김성칠 전 서울대교수와 아들 김기협씨(전 계명대 교수)가 50년의 세월을 두고 함께 만든책이다.

저자는 "용비어천가가 주체성없이 중국을 받드는 '사대문자'와 권력을 쥔 왕실에 아부하는 '아유문자'라고 비판하지만 용비어천가에 원용된 중국측 사료의 선택과 해석과정에서 조선의 주체적입장을 담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각 왕조의 정사와 '시경' '자치통감', 그리고 태조에서 세종까지의 '조선왕조실록' '고려사'등의 자료와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객관성있는 해석과 주체성을 부각시켰다.우리 말이 외국말에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필요없는 한자말, 국적불명의 외래어에 시달리고 있지만 개선의 노력은 부족하고 공공시설은 물론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우리말의 표기가 낙제점에가깝다.

길거리간판 신문기사 텔레비전 광고문 음식점 주문안내서 등 실생활에서 쓰는 맞춤법이 틀린 경우가 너무 많다.

'그제 어제 오늘 모레 그글피…'인데 유독 내일만은 왜 한자어일까. 이를 대신할 순 우리말은 없는가. '곡식을 파는 시게전, 씨앗을 파는 가게는 잡살전, 정육점은 푸주, 개장국에 술을 파는 집은군치리… '

생소함이 녹록지 않은 단어지만 '한겨레 말모이'(하늘연못 펴냄, 장승욱 지음)는 되살려 쓸 우리겨레 토박이말 2만4천여 어휘를 수록했다.

밴대질은 여자끼리의 성교를 흉내내는 짓이고 남자끼리 육체적 교섭을 하는 짓은 비역이라고 한다. 빠구리는 비역의 변말이다. 비역의 상대가 되어 사랑을 받는 사람은 면이나 톳쟁이라고 한다.논다니는 웃음과 몸을 파는 여자를 말하는데, 한 논다니로 두 번째로 상관하는 일을 갱짜, 세번째를 도지기라 한다.

'사진으로 배우는 한글 맞춤법'(세창 펴냄)과 '이것만 알면 바른 글이 보인다'(생각하는 백성 펴냄)는 광고판.대중매체 등에서 쓰는 잘못된 한글 사용을 지적한 책.

'사진으로 배우는…'은 한국표준협회 도서편집장으로 있는 원영섭씨가 카메라를 들고 3년간 뛰어다니면서 우리 생활속에서 잘못 쓰인 우리 글을 모았다.

'흡연을 삼가합시다-흡연을 삼갑시다' '떡볶기-떡볶이' 등의 오기사례 9백59건을 카메라로 담아냈다.

현직 신문기자가 신문문장을 비판한 '이것만 알면…'은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던 영부인이 퍼스트레이디라는 의미로 굳어지게 된 경위, 레미콘 에어컨 등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현실을 비판하면서 대중매체의 바른 글쓰기를 촉구하고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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