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공사 '사고감추기' 안팎

5일 밤 지하철1호선의 중앙로역 탈선사고 이후 '진상 은폐'를 위한 대구시지하철공사의 보안노력은 필사적일 정도였다. 직원들은 입 다물기, 간부들은 입 맞추기. '윗 분'의 보안지시에 충실한 직원들의 모습은 일사불란했다.

사고가 난 5일밤 직원들은 "탈선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 "지금은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라고했다가 6일에는 "탈선이라니 말도 안된다" "비상소집 훈련이었다"로 돌변했다.6일 오전 지하철공사 승강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긴장을 엿볼 수 있었다. 사고당일 비상소집되지않았던 한 직원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고 묻자 옆에 있던 직원은 "보안 지시가 떨어졌으니나중에 얘기하자"며 주위를 살폈다.

지하철 시운행 주관부서인 운영부 직원들의 '사고 은폐 기도'는 기막힐 정도. 6일 오후 이들은 사무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탈선사고 현장을 원천봉쇄해 이를 목격한 사람이 없고, 복구작업도 이미끝냈으므로 '비상소집 훈련'이라 밀어붙여 사실을 은폐해야 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다.신태수 지하철공사사장은 사고직후인 5일밤 "신호이상으로 사고가 발생, 때맞춰 비상소집훈련을벌였다"고 설명했다. 남재호 종합사령실장도 6일 오전 컴퓨터 모니터로 운행일지까지 보여주며 5일 지하철 영업시운행은 별사고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장성석 기술이사는 사무실에서 '중앙로 열차탈선후 분기부분 도면'을 그려놓고 사고원인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지하철공사측의 필사적인 은폐노력을 전해들은 시민들의 입에선 "공직자들의 눈엔 상관만 보이고시민들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는 비난이 쏟아진건 당연했다.

진상은폐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공사 한 직원은 "'진실'보다 상명하복에 더 충실했던 직원들의 '침묵노력'이 지하철 안전에 쏟아졌다면 이런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한편 탈선사고가 난 5일 자정쯤 경찰측도 2명의 정복경찰을 사고현장에 보냈으나 침묵만 지켰다.〈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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