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신한국당이 DJ비자금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보기에 따라 사생결단을 하려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집권여당의 살림을 맡고 있는 사무총장이 의원직을 걸고 사실임을 강조하고 있고 6백70억원이라는 1탄에 이어 제2, 제3의 추가 사실을 공개, 이 참에 김대중(金大中)총재를 침몰시키려는 기세다.
신한국당은 김총재의 비자금 관리는 정치자금을 관리하기 어려운 야당총재의 돈관리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과 다름없는 식이라고 규정, 같은 수준의부도덕한 인물로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
이처럼 신한국당이 선거를 무려 7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의 고단위 처방이 없을 정도의 초강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지금 김총재의 상승세를 붙잡지 못하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자칫 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까지도 들먹여지는 사태를 초래할 지도 모를 이번 비자금 건을 신한국당이 나서서 거론한 것은 신한국당의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당지도부 일각에서는 또한 이번 사태가 기성 정치판을 완전히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은근히 바라는 기색도 없지 않다. 여야의 이판사판 대결을 통해정계대개편으로까지 사태가 비화되는 것도 굳이 막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신한국당 지도부는 한편으로는 이번 김총재 비자금 폭로건으로 지지율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당내비주류의 기세를 주춤하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리고 신한국당이반DJ연합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이런 여세를 몰아 신한국당은 국정감사장에서 부터 김총재의 비자금을 물고 늘어져 그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아래 안기부 출신의 정형근(鄭亨根)의원과 특수부검사 출신의 홍준표(洪準杓)의원 그리고 공안검사를 지낸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등 12명으로 대책위를 구성했다.자칫 주춤하다가는 지금까지의 일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자신들의 침몰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도 신한국당을 초강경으로 내모는 이유중 하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검찰이 내사 수준이 아니라 본격 수사에 착수토록 압박작전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수사만 시작되면 국민회의가 트집잡고 있는 증빙자료의 입수경위에 대한 논란은 초점에서 사라지고 김총재의 위법성 여부만 집중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단계까지 가면 신한국당으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회의
국민회의가 김대중(金大中)총재 비자금의혹과 관련, 신한국당측에 법적·정치적 대응을 병행해나가기로 하는 등 강공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무위원 및 소속의원 연석회의를 긴급 소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신한국당에 대한 성토분위기가 주조를 이룬 결전을 다짐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또한 10일까지 이틀간 한국은행 등을 상대로 한 재경위 국감을 통해 자료유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키로 했다.
이에앞서 당은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을 위원장으로 한 '신한국당 음해공작대책위'를 구성한뒤 6백70억원 비자금 조성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20억+α 수수 등의 의혹, 법적대응 등을 전담할 3개 팀으로 나눠 활동키로 했다. 또 의혹을 제기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과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중앙선관위에 고발키로 했다. 또한 이총재의 경선자금은 물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92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국회차원에서 특별조사를 관철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총재 파일을 폭로하는 등의 맞불 전략을 놓고는 당 입장이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다.김총재가 지난 8일 저녁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상황을 봐가면서 화전(和戰)전략을 선택해 나가겠다"고 답변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섣불리 나서기엔 위험부담이 큰 예민한 사안으로 간주했을 듯하다. 결국 이총재 비리 등에 대한 폭로를 보류하는 쪽으로 당입장을 정했으나 9일 일부 조간 신문에 김총재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 및 인척과 두 아들이 모두 4백60억원정도의 비자금을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 이날중 2탄으로 폭로될 것이란 보도에 접하면서 사실 확인을 서두르는가운데 폭로전을 다시 거론하고 있는 분위기다. 즉 폭로전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개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강총장 주장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16가지 문제점을 담은 성명을 낸 것이다. 김민석(金民錫)수석부대변인 명의의 이 성명은 우선 문제의 문건이 이총재와 강총장 정형근(鄭亨根)의원에 의해 기획, 구성됐다는 제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뒤" 20억+α 와 관련, 지난 91년 당시 평민당 사무총장계좌로 입금된 돈이 노전대통령 비자금에서 인출된 것이란 아무런 근거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총재의 친·인척 계좌는 수십개에 불과, 3백49개에 이른다는신한국당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회의가 맞폭로전을 가능한 한 자제하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날로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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